아이들에게 꿈을 묻는 방법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 방법
  • 승인 2018.09.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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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중학교에는 ‘자율학기제’라는 것이 있다. 너무 어릴 때부터 공부에만 매진하는 아이들을 시험에서 해방시켜 자신의 가능성을 찾도록 도와주자는 제도로 2016년부터 전국의 중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로 현재 중학생들은 평균 1년 정도의 시간을 시험 없이 보낸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각기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을 테니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우리 아이가 중학교를 다닐 때는 자율학기제 프로그램을 보고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자율학기제 프로그램 대부분의 시간이 직업교육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찾으라고 해놓고 직업교육만 시키는 학교를 보며 ‘직업은 꿈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아이의 미래를 대하는 학교의 태도는 더욱 좁아져 있었다. 아이들에게 ‘직업을 정해라’도 아니고 ‘어떤 학과를 갈지 정해라. 최대한 빨리’라고 강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기록부 작성인데, 학생기록부를 알차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정확하게 학과를 정하고 그 학과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학생기록부를 채워나가야 한다. 가고 싶은 학과를 빨리 정한 아이들은 대학이 원하는 스팩 쌓기에 몰두하지만, 학과를 정하지 못한 아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모를 봉사활동을 하면서 미래를 걱정한다. 그 뿐인가?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정하고 그길로 가려고 하면 부모가 “너 그거 해서는 제대로 먹고살지도 못해”라고 겁을 주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신의 미래를 선명하게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무기력해진다. 이런 아이들에게 “꿈은 직업이 아니다”라고 조언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은 10대가 끝나기도 전에 먹고살만한,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 줄, 적성에 맞는 학과와 직업을 확정해야만 한다. 교육부의 목표는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것’이건만, 아이들에게 꿈은 부담스러운 미션일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중고등학교 아이들 장래희망 1위가 ‘건물 임대업자’라는 결과가 나온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건물 임대업자가 되려면 부모가 건물을 증여해줄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므로 보통의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이것도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학과와 직업은 아이들의 꿈이 아니다. 꿈이란 자신의 일에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그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하더라도 자신의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돈만 좇고 있는 자신의 인생이 실패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 아이가 자신의 꿈을 찾게 도와주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아이가 잘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함께 찾아보자. “저는 잘하는 것도 없고 재미있는 것도 없어요”라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모두 1등이다. 인사를 잘하는 아이, 친구와 잘 노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있고, 자신이 그리지는 못하더라도 재미있는 웹툰을 잘 골라내서 친구들에게 권해주는 아이도 있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부모가 ‘네가 좋아하는 그런 일은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내가 잘하고 자신 있는 일’이라고 느끼지 못할 뿐이다.

아이가 꿈을 찾는 것을 도우려면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를 말하지 말고 “너는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떤 일을 할 때 보람과 행복을 느끼니?”라고 물어야한다. 꿈은 찾는 과정은 나를 파악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매일 매일이 힘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수많은 규칙 속에서 움직여야 하며, 놀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학원 숙제를 하고, 친구를 경쟁자로 여겨야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사와 부모의 잔소리도 참아야 한다. 이 힘듦을 잘 버티기 위해서는 꿈이 있어야 한다. 꿈은 아이들 인생의 나침반과 등대다. 그리고 무엇보다 꿈은,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키워드다. 아이의 인생은 길다. 구글은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 100살을 훌쩍 넘게 살면서 평균 8개에서 12개의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아이에게 꿈을 물을 때 그 의미를 직업에 한정하지 말자. 가고 싶은 학과가 무엇인지 묻는 것으로 좁히지 말자. 길고 긴 인생에 무엇을 하며 살면 네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을 것 같으냐고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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