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무능의 연속’이 경제 수준 바닥으로…
정치권 ‘무능의 연속’이 경제 수준 바닥으로…
  • 김지홍
  • 승인 2018.09.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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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무너진 정치력 회복 나서자
③ 경제적 낙후 초래
GRDP 1992년 이후 전국 최하위
청년층 실업률도 연속 최고 기록
정치권 “한번 더 믿어달라” 되풀이
대구 국비 수년째 3조원대 머물러
내년 정부 예산안 ‘TK 차별’ 확연
한국당 “국회 심의때 최대한 증액”
대구시-지역 국회의원 예산정책협의회 (3)
대구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7월 3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내년도 국비 확보와 현안 해결을 위한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졌다. 대구시 제공

창간22주년 특집 대구 ㆍ경북 새로운 길을 찾다 Ⅰ. 무너진 정치력 회복 나서자 ③ 경제적 낙후 초래

TK(대구·경북) 정치인들은 선거철에 너도나도 ‘경제 살리기 적임자’ ‘경제 전문가’ ‘대구 경제, 심폐소생술로 구조’ 구호를 들고 나온다. 투표권이 있는 시민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는 커녕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현상과 맞물리면서 경제 수준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서로 합심해 뛰어도 모자랄 판에 여야는 사사로운 딴죽을 거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이번 정부의 국비 예산안 사태를 보더라도 제 살 깎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의 극복은 무능한 정치력을 되살리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Ⅰ. 무너진 정치력 회복 나서자 ① 리더십 없는 TK  ②TK,존재감마저 실종 - 관련기사 참고)

◇수년째 경제 순위는 꼴찌

대구·경북의 경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1992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 꼴찌다.

최근 대구경북연구원 도시권전략연구단이 발표한 인구 전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주민등록인구 기준 대구경북 지역을 빠져나간 인구가 더 많다. 주요 원인 중 취업·구직 또는 직장이 타 지역으로 옮겼거나 사업 때문에 이사한 ‘직업’ 관련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수도권으로 많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사는 노동자들은 어떨까?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7개 특별·광역시 중 대구의 가구당 평균 근로소득은 2천950만원으로, 부산(2천662만원)에 이어 가장 적다. 전국 평균(3천276만원)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청년층 취업 사정도 좋지 않다. 대구만 하더라도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12.6%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높고, 같은 기간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 고용률은 38.8%로, 전국 시·도 중 최하위다.

◇‘지역 경제’ 정치 이슈로

시민들의 정치 혐오감도 크다. 시민들은 지역 정치권이 ‘무능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민생 입법을 외면하고 보여주기식의 외향 가꾸기를 우선해왔다는 점이다. 더구나 정치인들 간의 볼썽사나운 모습은 상생 정치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 국회의원들은 대구국제공항·취수원·대구시청사 이전 등 굵직한 지역 현안을 두고 예산 확보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다 일방적으로 퇴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행사는 반쪽짜리로 진행된 바 있다.

대구 지역에서 정치 생활을 수년간 해온 한 정치인은 “경제를 살리려면 정치가 변해야 한다”면서도 “선거 운동을 할 때 주민들을 만나면 경제를 망치는 건 다 정치인들 때문이라고 투표하러 가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먹고 살기 힘든데 선심성 정치 정책이 아닌 진정성 있는 경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치인들은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경제 추락’ 이슈는 정치인들의 먹이사슬 구조로도 활용된다. 최근 몇 년간 치러온 선거 분위기를 보면 보수 텃밭인 TK에서 진보 세력 후보들은 “수십년간 독점한 한국당 때문에 경제가 망했다”고 말한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누구보다 대구·경북을 잘 안다. 한번 더 믿어달라”고 맞불을 놓는다.

대부분 정치인들도 반성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은 “정치권 등이 경제 환경·산업 구조의 급속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지역발전 전략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지역경제 침체의 큰 원인”이라며 “모두가 지혜를 모은다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국비 확보 위해 국회로

‘경제를 살리자’ 모토는 정당을 떠나 한마음이다. 한국당 곽상도(대구 중·남구) 국회의원은 “대구는 물·의료 등 산업을 중심으로 토양을 만들고 있다”며 “이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잘되면 일자리도 늘고,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대구 북구을) 국회의원은 “지역 경제를 위해 대구시 역점사업 등의 국비 예산을 많이 끌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시는 물·의료·로봇·전기차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향토 산업이었던 섬유·기계 산업은 융합소재 개발 등으로 패러다임의 기초로 활용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국비 확보안(2018년도)에서 한국뇌연구원 운영(269억원)과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197억원), 첨단임상시험센터(90억원), 의료기술시험훈련원 설립(50억원) 등의 예산 확보를 주요 성과로 꼽았다.

경북도도 4차 산업혁명 선제 대응을 위한 첨단로봇·탄소산업 등 신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국비 확보안(2018년도)에서 국민안전로봇(103억원)·백신글로벌산업화(132억원) 기반 구축, 방사광 가속기 공동이용 연구지원(592억원) 등 총 6천738억원을 확보했다.

국비사업 예산 확보는 지역의 신성장 육성과 숙원사업 추진에 핵심 원동력이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과 행정기관은 힘을 모은다.

앞서 지난 7월 31일 대구시는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내년도 국비 확보와 현안 해결을 위한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이날 여야 국회의원 12명이 전원 참석했다. 대구시에선 권영진 대구시장과 간부급 공무원이 총출동했다. 경북도도 같은날 여의도에서 지역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3명과 간담회를 갖고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올해 국비사업 추진 ‘빨간불’

올해 국비사업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올해 본예산 428조8천억원보다 41조7천억원 늘어난 470조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의 예산은 당초 건의액보다 대폭 깎였다.

대구시의 경우 당초 내년도 국비사업 예산으로 3조3천14억원을 정부 부처에 요청했지만 4천114억원이 삭감된 2조8천900억원만 반영됐다. 전년도와 비교해도 1천143억원 줄었다. 경북도도 345개 사업에 5조4천705억원을 건의했으나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금액은 3조1천635억원에 그쳤다. 이는 당초 건의액 58%만 반영된 셈이다. 전년도에 비해선 839억원이 줄었다. 경북도의 역점 사업인 원자력 관련 국책사업과 지진대책 사업은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광주와 전남의 내년도 정부 예산은 큰 폭으로 커졌다. 광주시는 올해보다 13.2% 증가한 2조149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전남도 역시 올해보다 10.9% 늘어난 6조1천41억원을 확보했다. 정부의 SOC사업 축소 방침에도 전남 지역 SOC사업은 오히려 18% 증액됐다. 부산의 내년도 국비 예산도 올해보다 13.5% 증가(6조613억원)했다.

문제는 인구 수 대비 대구·경북의 예산 배정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인구가 336만명인 광주·전남에 배정된 예산이 8조1천190억원인 반면 516만명인 대구·경북의 예산은 6조535억원에 불과하다.

◇대립하는 여야, 한마음 돼야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한국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TK 패싱’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효상·곽대훈·김광림·박명재 등 대구·경북 국회의원 20명으로 꾸려진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는 정부 예산안이 발표된 이틀 뒤인 30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는 대구·경북 죽이기 예산 사과하고 즉각 보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경북도당 위원장 장석춘(경북 구미시을) 국회의원은 “모든 지역, 모든 분야 예산이 늘어나는데 대구·경북 예산만 줄었다”며 “현 정부의 TK차별에 대응해 내년도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지역의 자체 예산 건의액이 줄어들어 정부 예산안도 줄어들었다는 ‘숫자 딜레마’를 들고 나왔다.

홍의락 의원은 “대구·경북이 2년 전 거대 SOC사업이 끝나면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어 매년 국비 요청의 절대 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대구시에서 요청한 예산이 순조롭게 전년보다 훨씬 좋은 성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대구의 국비 예산 건의액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본지가 입수한 최근 6년간(2013년~2018년) 대구시 연도별 국비 확보 현황에 따르면 대구시의 건의액은 2013년도 4조139억원이었지만, 2014년 3조3천423억원, 2015년 3조4천334억원, 2016년 3조5천228억원, 2017년 3조5천273억원으로 수년째 3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2018년도 건의액은 3조4천215억원으로 최저치다.

시 관계자는 “대구시 국비 확보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대형 SOC 사업(국가산업단지·테크노폴리스 조성·도시철도3호선 건설)이 마무리되고 다수의 신규 R&D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면서도 “정부 재정의 한계로 신규 사업 반영이 쉽지 않고 R&D사업의 특성상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국비 확보율이 다소 감소한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활을 건다는 각오다. 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곽대훈(대구 달서갑) 국회의원은 “국회 심의에서 증액이 되도록 전략을 가다듬어 최대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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