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단색조로 절제·…회화의 본질 추구
분할·단색조로 절제·…회화의 본질 추구
  • 황인옥
  • 승인 2018.09.09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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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신라서 이교준 개인전
30년간 ‘개념미술’ 외길 고집
감정 등 불필요한 요소 제거
선·면·색채 기본적 도식 환원
본질 우위에 두고 평면 구축
1년 100개作 열정 투혼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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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준 초대전이 갤러리신라에서 25일까지 열린다. 갤러리신라 제공



선과 면의 변주가 간결하다. 팽팽한 직선이 평면을 분할한다. 시간과 공간, 언어와 소리가 분할 된 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공간에 남은 것은 면 뿐이다. 작가 이교준의 미술세계다. 작가는 철저하게 평면을 탐구한다. 평면에서 직선으로 구축한 분할된 면, 틀과 선이 부딪히는데서 오는 시각적인 갈등을 묵직하게 관조한다. “인상파 이후 그림이 단순해지면서 틀이 드러났고, 이 시기 추상과 평면의 문제가 제기됐다. 틀이 서양미술의 딜레마가 된 것이다. 나 역시도 틀(평면)은 미술의 본질이라는 과제를 풀어가는 도구로 활용한다.”

작가의 평면은 선과 면, 그리고 색채 등 미술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본질적인 도구로 구성된다. 이점에서 이설없는 회화다. 하지만 미학, 기술, 물질로 수렴되는 전통 회화로부터 입장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일반 회화의 범주로 포섭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가 ‘개념미술’을 언급했다. “도달점은 ‘미술의 본질’이다.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선과 면, 색채는 ‘미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다.”

환원주의는 본질에 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이다. 작가 또한 미술의 본질을 선, 면분할, 단색 등의 도식들로 환원해 간다. “‘미술의 본질’로 접근해가는 과정에서 제거하고 남은 본질적인 요소들로 평면을 구축한다.”

평면에 감정은 없다. 감정선이 결부된 붓질이 없다. 철저한 계산으로 면을 분할하고, 이성적인 몸짓으로 색(단색)을 겹겹이 올린다. 그에게 감정은 개념을 구축하는데 방해요소다. 철학적 통찰, 감정적 폭주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모든 과정은 기계적으로 찍어낸 듯이 수행된다. ‘대중영합’과 거리를 둔다는 말이다. 이는 그가 고독한 이유다.

그가 “진리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진리는 언제나 간명하다. 화려한 치장 따윈 없다. 그러나 진리는 빛이자 길잡이로, 그 어떤 미적 감수성보다 우위에 있다. 그것이 본질의 힘이다.”

작업은 변화를 거듭했다. 먼저 재료의 변화가 눈에 띤다. 석판화에서부터 시작해 목탄, 아크릴, 수채 등 다양한 재료로 ‘분할’을 실험했다. 90년대 말부터는 플렉시글라스와 알루미늄, 납판을 활용해 새로운 평면 분할을 시도했다. 색채의 변화에도 신경을 썼다. 화려한 색상과 격자가 함축된 ‘윈도우’ 연작과 분할의 입체화를 시도한 ‘보이드’ 연작까지 다양하게 시도했다. 지금은 간결한 분할과 무채색의 단색조로 절제된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 “질문이 시간을 더하면서 밀도가 깊어지기 마련이다. 다양한 시도들은 그 연장선에 있다.”

작업량이 방대하다. 오전 9시에 작업을 시작해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도 아껴가며 꼬박 종일 작업에 매달린다. 식지않는 열정 탓에 1년에 100여개의 작품을 토해낸다. “작업을 지속적으로 밀고 가다 보면 새로운 좋은 작업이 생겨난다. 작업의 힘이다.” 그가 이제는 색을 통제할 만큼 물성을 이해한다고 했다. 경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구에 개념미술이 척박하던 30년 전부터 오직 한 길 개념미술만 팠다. ‘본질에 대한 접근’이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질문을 가지고 사투를 벌였다는 것으로 자족하기에 비인기 종목을 30년 동안 끌고가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에 비견될 만큼 힘든 일이다. 그만큼 외롭다는 것. 평면 속 감정을 매개로 관객과 교감하는 기본적인 소통이라도 있다면 외로움의 무게는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 호사였다. 차가운 개념 덩이에 찬사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가 왜 지저귀는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왜 그런지’에 우리가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냥 공기처럼 받아들인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이해란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풀어가며 70대, 80대까지 미술가로 사는 것이다. 완벽한 이해를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목천면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따뜻한 느낌으로 제작된 면 분할 작품 20여점을 소개하는 전시는 갤러리신라에서 25일까지. 053-422-16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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