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문재인 정부의 TK 차별
[윤덕우 칼럼] 문재인 정부의 TK 차별
  • 승인 2018.09.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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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문재인 정부는 TK(대구경북)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TK지역민들은 차별받는다고 느낀다.

대구신문 창간 22주년 여론조사에서도 그렇게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유앤미리서치가 대구경북에 살고있는 지역민 만19세 이상 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질문했다. “선생님께서는 대구,경북 지방이 인사나 지역개발 예산에서 다른 시·도에 비해 이번 정부에 들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2.3%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만 19세 이상 20대에서는 70.2%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7일 텃밭인 전남을 찾아 호남 예산을 확실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한국전력 사례를 언급하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열린 두번째 현장 최고위원회이자 광역단체와의 첫 번째 예산정책협의회에서다. 이 대표는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 호남 출신 국무위원들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뿌리가 전남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전남이 당의 중심이 돼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이러한 여당지도부의 의지 때문인지 민주당의 뿌리 탓인지 최근 발표된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보면 전남과 경북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인구 267만명(전 인구의 5.2%)이 살고있는 경북은 내년도 정부예산안 470조5천억원 중 0.67%인 3조1천635억원만 책정됐다. 반면에 인구 179만명(전 인구의 3.5%)인 전남은 6조1천41억원으로 정부예산안의 1.29%가 배정됐다. 전체 예산규모로는 전남이 경북의 거의 두배 수준이다.

정부예산안을 도민 1인당 계산하면 경북은 1백18만원, 전남은 3백41만원이다. 물론 배정된 예산을 도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비례로 볼 때 경북보다 3배나 많은 예산이 전남지역에 투입되는 셈이다. 내년도 국가 예산이 10%가까이 늘어나면서 호남지역과 부산·경남 등 타지역 예산 증가액은 10%를 훌쩍 넘었다. 수퍼예산안 편성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만 정부예산안이 쪼그라들었다. 정부 고위직 인사에 이은 예산 TK홀대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여당은 오히려 TK홀대론에 면박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이 대구·경북(TK) 홀대가 결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도 살펴보도록 요청을 했는데 TK지역은 2년 전에 거대 SOC사업이 끝나면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지 못해 매년 국비 요청 절대 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의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지경이 되도록 새로 취임한 부시장이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책임을 대구시에 돌리기도 했다. 대구시는 “지금까지 예산정책 간담회를 수차례 하며 공식적으로 요구해 왔는데 요청이 없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의원은 대구시의 수차례 예산정책 간담회 주장에 5월과 8월 두차례의 간담회만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는 5월과 7월말에 열렸다. 홍의원은 더불어민주당 TK특별위원장이다. 지난 5월 간담회에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자 홍의원은 만류하는 김상훈 의원의 손을 뿌리치고 중도에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시 정부국비 지원예산이 거의 3조 였고 올해 정부예산이 10% 늘었다면 3천억 원이 늘어 3조 3천억 원이 되어야 합당하지 않느냐”며 “다른 지자체가 스스로 3천억 원, 6천억 원 늘었다며 보도자료까지 내고 있는데 대구 예산은 차별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호남 방문에 앞서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불모지였던 구미시를 찾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구미는 민주당이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TK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을 낸 곳이다. 특히 구미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구미 방문이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도 있다. 이 대표가 공언한 대로 ‘20년 집권’을 위해선 불모지인 영남까지 아우르는 전국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구미시청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좌우가 없고, 동서 구분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가 방문한 구미시청에 예고 없이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대표를 만나 경북도 예산과 현안에 대한 협조 요청을 위해서다. 이지사는 이날 “TK ‘깍고’ 호남 ‘얹고’…예산도 차별” 등 대구신문과 매일·영남 등 지역일간지 1면 톱기사를 보여주며 예산 협조를 애원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장세용 구미시장은 수백억 예산이 투입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도 바꾸려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TK의 현실이다. 호남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흔적을 지운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TK지역민들은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보면서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좌우가 없고, 동서 구분도 있을 수 없다”이해찬 대표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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