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 고개 너머 결혼을 앞둔 딸과 닭죽 먹고 돌아오는 길
겨울바람에 전봇대만 세월처럼 울고 또 울었다
사는 것은 바닥을 걸어가는 것
정지문 닫아걸고 정성스레 한 땀 한 땀 깁는 바느질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어머니, 이리저리 내 빈 자리를 찾아 다독이며
닭의 울음을 꾹꾹 눌러 녹이셨다
난 아무래도 그런 사랑이 부족해
어머니처럼 닭의 모가지를 한번이라도 비틀 수가 없었다
당신의 울음으로 버무려 끓인 닭죽을 먹으면서
그 옛날 닭장 위로 떠오른 달처럼 웃을 수 없었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까
그 옛날 선 자리에서 훌쩍 일어나 돌아섰듯이 엉거주춤 일어나
전설 같은 닭 울음소리만 들었다
◇하재청=경남 창녕 출생.
200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해설> 닭죽에서 어머니의 애틋한 정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런 애틋함이 있기에 어머니는 강하다. 그 여린 마음이 자식 앞에서는 닭의 모가지까지도 거침없이 비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자는 어머니 같은 사랑이 부족해 닭목을 비틀 수 없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전설처럼 들려오는 예전의 닭 울음소리가 어머니의 사랑으로 환치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