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후보자의 최소조건
고위 공직후보자의 최소조건
  • 승인 2018.09.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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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역대 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비판하며, 자신의 정부에서는 고위직 인사에 있어 배격하는 5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을 제시하고,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할 경우엔 고위공직자로 등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였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후 초기 내각 구성에서부터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여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국민들은 현 정부의 출범이 역대 정부들의 출범과는 달리 탄핵 정국 속에서 인수위원회도 구성하지도 못하고 출범하였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검증시간의 부족 등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이루어진 개각과 더불어 실시되고 있는 장관후보자 및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대상자 중 상당수가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대통령이 천명한 5대 배제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비록 아직 의혹 수준이지만 위장 전입 의혹을 받는 후보자가 5명이나 되고 일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를 통한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비상장 주식 투자 관련 의혹을 받는 실정이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매번 인사청문회 때마다 많은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부도덕한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소위 우리 사회의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이렇게 깨끗하지 못한 인사들 밖에 없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국민들 사이에 희화화되고 있는 우스갯소리 가운데에는 정부의 각료나 대법관 같은 고위공직 후보자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면탈, 논문표절중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일반 소시민들이야 그러하다 할지라도 명색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조차 대통령이 천명한 5대 인사 배제원칙에 해당하는 범법을 저지르지 않고는 안되었는지? 아니면 그러한 일들이 범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범법행위이면서도 가장 관대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행위는 위장전입이다. 위장전입은 법적개념은 아니지만 실제 등록한 주소에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바꾸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로서 범법행위임에는 틀림없다. 위장전입의 경우 주민등록법 벌칙조항 제37조 3의2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사람’에 해당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주민등록법 제37조의 벌칙 조항은 벌칙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2016년 12월 2일 여·야 합의로 벌금을 ‘1천만 원 이하에서 ‘3천만 원 이하로’ 개정하였다. 이는 여·야 할 것 없이 서로 위장전입으로 인한 폐해를 느끼고 있었고, 그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이뤄졌던 결과로 볼 수 있다.

위장전입을 하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변명하든 대부분 교육이나 부동산과 관련하여 자신의 원하는 유 · 무형의 이득을 취득하기 위함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부동산취득과 관련한 위장전입과 달리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는 대단히 관대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주민등록법 자체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법이라는 비판과 함께 위장전입을 처벌토록 하는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이유는 단속의 실효성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역의 인구규모를 유지하거나 자동차세와 같은 지방세를 확충하기 위해 타 지역에 거주하는 해당 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위장전입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직후보자들의 법률위반 사실을 직무 수행 능력과 결부 짖는 것은 아니다. 법률을 어겼다고 해서 후보자의 뛰어난 경륜과 능력 자체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나름대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위법은 위법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로서는 곤란하다.

백번 양보한다하더라도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이 앞으로 담당하게될 직무와 관련하여 조그마한 범법행위도 있어서는 곤란하다. 만약 현재 헌법재판관후보자로서 위장전입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자가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한 재판을 한다고 가정할 때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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