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복 차림 거리 활보…의료진 ‘감염 불감증’
진료복 차림 거리 활보…의료진 ‘감염 불감증’
  • 강나리
  • 승인 2018.09.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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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 등 버젓이 출입
시민들 세균감염 위험 노출
단속이나 처벌 규정도 없어
지난 2015년에 이어 약 3년 만에 다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대구지역 일부 의료진들이 수술복이나 진료복을 입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등 감염병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내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메르스 확산을 예방하는 최선책인 만큼, 의료진들이 기본적인 감염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오후 12시께 대구 중구 봉산동·삼덕동 일대 병원 밀집가를 찾았다. 이곳은 대학병원 뿐 아니라 성형외과와 안과, 치과 등 개인병원이 빽빽히 모여 있는 곳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마스크와 진료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이 삼삼오오 모여 병원 인근 식당과 카페, 편의점 등에 버젓이 드나들었다. 이들은 음료를 마시며 거리를 활보하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도 했다. 기자가 1시간 30여분 동안 이 일대를 돌며 병원복 차림의 의료진 30여 명을 목격했다.

동성로의 한 빵집에서 만난 개인병원 간호사 A(여·27)씨는 “종종 볼일을 보거나 간식거리를 사러 시내에 나온다”며 “병원에서 간호복을 입고 밖에 나가는 걸 특별히 제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일부 의료진들의 감염 부주의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병원 인근의 한 편의점 점장 B(여·53)씨는 “점심시간 뿐만 아니라 수시로 간식이나 담배 등을 사러 여기 온다. 진료복을 입은 채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종종 봤다”며 “보기 안 좋기도 하고 위생적으로도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주부 김대영(여·45·서구 내당동)씨도 “진료복을 입고 길에 돌아다니는 의료진들을 보면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며 “메르스 재발로 감염병 공포가 또 다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의료진들이 경각심을 갖고 원칙과 매뉴얼을 따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한 병원이 전공의들의 가운과 넥타이를 검사한 결과 병원 내 감염 최대 주범인 메티실린내성 포도상구균 등의 병원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별도의 단속 규정은 없다. 질병관리본부 의료관련 감염 표준예방지침에 따르면 착용했던 가운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며, 환자 병실을 나올 때엔 가운을 벗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그저 지침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에 금지된 사항은 아니어서 처벌 근거도 없고 의료기관에 권고하는 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병원 밖에서 의료복을 입은 사례를 지역 보건소에 신고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해당 병원 측에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나리·한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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