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표’ 아닌 ‘경쟁 투표’로 차세대 이끌 지도자 양성을
‘몰표’ 아닌 ‘경쟁 투표’로 차세대 이끌 지도자 양성을
  • 윤정
  • 승인 2018.09.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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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의리’ 정치력은 ‘온실속 화초’
큰 선물 없는데도 수십년간 지지
일당독점 정치로 경제 ‘전국 꼴찌’
계파정치땐 새 인물 등장 어려워
정당들 ‘지역 인재 키우기’ 매진을
‘마을 전체’가 시대 변화 적응해야
228민주운동재현행사
지난 2월 28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경북고 등 8개 고등학교 학생과 시민 1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 재현행사가 열렸다.

창간22주년 특집 대구 ㆍ경북 새로운 길을 찾다

Ⅰ. 무너진 정치력 회복 나서자 ⑤ 인재 양성이 답이다

“과연 TK몰락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원초적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TK몰락은 특정 누구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TK 모두가 역량있는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지역 출신 중앙의 높으신 분만 끝없이 바라봤기 때문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른바 ‘TK공화국’ 시대에 ‘TK인사’는 넘쳐났으나 ‘국비예산’은 많이 챙기지 못했다. 현 정권의 광주·전남에 내린 ‘예산폭탄’처럼 그 시절 TK에 예산폭탄은 내리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동남권 신공항 하나 지역에 유치를 못했으니 더 말해야 입만 아플 정도다.

예산가지고 TK에 대해 노골적 차별을 하는 현 정부가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스스로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은 국비를 따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대구시와 경북도는 얼마나 중앙부처를 다니면서 예산요청을 설득력 있게 했는지 한 번 쯤은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정권 탓만 하기에는 너무 먼 시간이 남았다.

유능한 인재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인재를 키워야 TK가 산다. 무너진 TK의 복원은 인재양성이 답이다.

(Ⅰ. 무너진 정치력 회복 나서자 ①리더십 없는 TK ②TK, 존재감마저 실종 ③경제적 낙후 초래 ④시민 ㆍ전문가 제언 편은 관련기사 참고)

◇ 인재의 산실···지금은?

TK지역은 산업화·근대화와 함께 그동안 숱한 인재를 키웠다. 그래서 TK지역을 ‘산업화·근대화의 본고장’이라 불려왔다.

TK지역 최고 명문고라 일컬어지는 ‘경북고’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 산실이었다. 서울의 경기고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인재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경북고 나와서 서울대 못가면 바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다. 그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아니한 영역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정계, 관계, 법조계에 유독 경북고 출신들이 많았다. 경북고는 박정희 정부 때부터 조국의 근대화에 앞장서며 경제개발 계획에서 실천에 이르기까지 중심적 역할을 했다.

경북고 출신들이 근대화에만 앞장 선 것은 아니다. 1960년 선거를 앞두고 자유당 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분노한 경북고 학생들이 2월 28일 시위에 나섬으로써 4·19민주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야당 부통령 후보의 유세 참가를 막으려고 일요일에도 전체 등교령을 내린 당국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학교도 경북고가 최초였다.

이렇듯 경북고는 산업화·근대화, 민주화에 앞장 선 TK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1975년 대구 고교평준화정책으로 경북고 전성시대는 끝나고 지금은 경신고, 대륜고, 덕원고 등의 수성구 지역 고교가 대구지역 교육을 선도하고 있지만 예전의 그 화려했던 영광은 어디가고 없다.

서울대 합격자 수가 지역의 교육수준을 대표할 수 없고 특히 대구는 의대·치의대·한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지만 대구지역 서울대 합격자 수가 해마다 줄고 있어 문제다. 2011년 157명, 2017년 145명, 2018년 121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어 이런 추세로 간다면 몇 년 뒤에는 100명도 입학 못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수도권 명문대 진학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다. ‘교육수도 대구’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가 됐다.

◇ ‘우리가 남이가’라는 의리가 소극적 목소리로

TK는 일반적으로 ‘의리’를 중시하고 ‘과묵함’을 미덕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또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바탕으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은근히 말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남이가’라는 표현은 TK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 폐쇄성이 타지역 사람들을 배척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부정적으로 보면 ‘끼리끼리 문화’, ‘패거리 문화’로 비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문화가 계파를 탄생시켰고 그 치열하게 싸웠던 ‘친박(親朴)’과 ‘친이(親李)’의 계파싸움이 보수의 갈등과 분열로 이어졌다. 결국 계파싸움이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불행한 일을 만든 원인이 됐다.

계파는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최고의 덕목으로 통했다. 실제 TK지역의 국회의원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인, 심지어 경제인·문화인들까지 친박 아니면 친이에 속하며 자기들끼리의 정치적 의리로 뭉쳤다.

보스를 향한 충성심은 대단했으나 자기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같은 계파 내에서 혹은 계파가 아니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보스에 대한 비판을 조금만 해도 그 정치인을 배신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 때 유독 심했다. 원래 친박이었던 유승민·김무성·이혜훈·진영 의원, 전여옥 전 의원 같은 경우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정책적 비판에 골수 친박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들을 배척하거나 비판하기에 바빴다. 이른바 ‘친박패권주의’였다. 박근혜 정권의 지지기반인 TK에서의 박근혜 비판은 절대금기시 해온 것이 사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스트 박근혜’를 키우지 못하고 소극적 목소리로 일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서울 TK들 또는 지역의 정치인들이 개인적 보은혜택을 받았을지언정 진정 지역발전을 위해 정치적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못했다. 지역경제가 벼랑 끝 침체일로를 걷고 있어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선거 때만 되면 엎드려서 표만 달라고 읍소한다.

◇TK민심 변하고 있어···겸허히 수용해야

시대는 변하고 TK정서도 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TK 유권자들도 이제는 맹목적인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20대 총선 대구 수성갑, 북을에서 민주당 소속 김부겸 의원, 홍의락 의원의 당선을 시작으로 19대 대선에서 대구경북은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47.06%(18대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지지-대구 80.01%, 경북 80.08%지지)만 지지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는 53.73%,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는 52.11%의 적은 득표율로 당선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민주당 광역의원이 대구는 5명, 경북은 9명 당선됐고 기초의원은 대구경북 각각 50명이나 당선되는 등 TK 민심이 변화하고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증명된 이상 지역정치권은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민심의 다양한 변화를 수용해야만 한다. 정권이 넘어간 이상 TK한국당이 광야에 서서 제 아무리 소리쳐 봐야 공허한 메아리밖에 안 된다. 민심을 수용하지 않고 반목과 갈등만 벌인다면 정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 모른다.

◇인재를 키워야 TK가 산다

TK는 이제 허허벌판에 맨몸으로 섰다. 허허벌판에 서서 지난날의 영광만 생각한다면 TK의 미래는 요원하다.

인재를 키워야 한다. TK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인재를 많이 길러야 한다. 어차피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앞서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적 목소리가 커야 뭔가 돌아오는 게 있고 TK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인재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고 길러지지 않는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 절실한 심정으로 지역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인재는 공부만 잘한다고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정치적 역량을 가진 인재는 시대를 읽을 줄 아는 현명한 눈과 상황 판단력, 정치적 소신과 이념, 현안에 대한 풍부한 콘텐츠 등이 있어야 한다.

정치력 함량을 가진 인재는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키워야 한다.

기초의원들은 역량을 키워 광역의원에 도전하고 광역의원들은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군수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정착되면 얼마든지 역량 있는 인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한국당,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지역 인재를 키우는데 매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구경북의 미래 50년, 100년을 내다보며 지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들이 하나둘 생겨날 것이다.

인재양성만이 무너진 TK 정치력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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