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날 볼 나무는 그루를 돋우어라
뒷날 볼 나무는 그루를 돋우어라
  • 승인 2018.09.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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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일곱 살 손자 아이가 벌초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 무덤 머리를 언제 다 깎아요?”하고 묻는다.

손자에게 “응, 사람의 머리는 깎는다고 하지만, 무덤의 풀을 깨끗이 베는 것은 ‘벌초’라고 한단다.”하고 설명을 하였다. 어린 손자들을 돌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마음속으로는 ‘조상도 중요하고,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도 중요하고…….’하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나고 자랄 때의 고향산천 모습이 아니고 그때 환경이 아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진 만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홍만종의 순오지에 ‘후견지목고작기근(後見之木高斫其根)’이라는 속담이 나온다. ‘뒷날 볼 나무는 그루를 돋우어라.’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하든 당연히 뒷날을 생각하라는 의미이리라.

맹자는 우산(牛山)에 있는 나무와 양심(良心)을 비유한 적이 있었다.

중국 제나라에 있었던 우산의 숲은 먼 옛날부터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 산은 큰 나라의 도시 근교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목재나 땔감으로 쓰기 위하여 도끼로 무분별하게 베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우산은 계속 아름다울 수 없었다. 물론 밤이면 이슬이 내리고, 낮엔 햇볕이 비춰서 새싹들이 새로 자라긴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소나 양을 놓아 그 풀들을 뜯어먹게 하니 빤질빤질한 벌거숭이산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뒤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 벌거숭이산엔 원래부터 나무와 풀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찌 산의 본 모습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에게도 어짊(仁)과 옳음(義)의 마음이 있다. 사람들이 양심을 놓쳐버리게 되는 것은,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매일매일 우산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과 같다. 양심이 아름다워질 수 없는 이치이다.

밤낮으로 자라난 양심, 아침의 맑고 고요한 기운에서 자라난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아주 미미한 상태에 있다. 즉 씨앗같은 모습이다. 그것들은 나쁜 행동이 양심을 속박하여 기능을 잃게 한다.

계속 기능을 잃게 되면 밤낮으로 생긴 착한 기운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착한 기운이 살아남을 수 없게 되면 짐승들과 비슷하게 행동하게 된다.

뒷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짐승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은 본래부터 양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찌 사람들의 어짊(仁)과 옳음(義)의 바탕이겠는가? 무엇이든 잘 길러주면 곱게 자라고, 만약 잘 길러주지 않으면 어떤 것이든 없어지게 된다.

공자께서 ‘꼭 잡고 있으면 보존할 수 있고, 내버려두면 없어진다. 드나듦에 일정한 때가 없고, 그 방향을 지례 알 수 없다. 오직 마음뿐이다.’란 말씀을 맹자는 인용하였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한 학자이다. 후천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우산지목(牛山之木)의 비유를 통하여 강조하였다.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리라,

요즘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말썽을 가장 많이 부린다고 한다. 얼마 전까진 중학교 2학년이 가장 무섭다고 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달라진 현상이다. 설상가상으로 학부모까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자기 자식만 최고’인 세상이 되었다. 학습권만 내 세우고 교육권은 뒤로 밀려났다. 교사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사람들은 교육이 엉망이라고들 걱정을 한다.

공자와 맹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에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하였다. 필자가 교직에 있었을 때도 똑같은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뒷날 볼 나무는 그루를 돋우어라’는 속담처럼 학생들을 가르쳤고 훈도(薰陶)하였다.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은 그만큼 나무의 그루를 돋우듯 교육한 탓이리라.

손자가 “할아버지, 집에는 언제가요?”하였다. 지루한 모양이었다. “훈아, 조금만 기다리자.”고 대답하였다. 그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소풍가서 도시락만 다 먹으면 항상 ‘선생님! 집에 언제가요?’하고 물었었다.

노자는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더욱 강한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아이들아,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란다. 너희들은 뒷날 볼 나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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