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축제 ‘돈 카를로’ 필리포 2세役 베이스 성악가
대구오페라축제 ‘돈 카를로’ 필리포 2세役 베이스 성악가
  • 황인옥
  • 승인 2018.09.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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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궁정가수’ 연광철 효과 입증
섬세한 연기·묵직한 음색
고통받는 캐릭터 완벽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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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돈 카를로’는 쉽게 올릴 수 없는 작품이다. 여건이 되어 좋은 작품으로 대구오페라축제에 참여하게 됐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이하 대구오페라축제)의 예매율이 심상찮다. 개막전부터 예년 예매율을 웃돌다 개막작 공연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흥행 신기록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성적 이면에는 대구오페라축제의 저력과 추석 연휴 특수가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사진) 효과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올해 축제의 개막작인 ‘돈 카를로’에서 필리포 2세로 분했다.

‘돈 카를로’는 스페인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왕 필리포 2세와 아들 돈 카를로 왕자 사이의 갈등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형 무대 경험이 많아서일까? 지난 13일 리허설 무대를 앞두고 분장을 하고 나타난 연광철은 차분했다. 목소리는 묵직하면서도 달콤했고, 겉모습은 영락없는 필리포 2세였다.

그에게 ‘돈 카를로’ 주역을 맡게 된 배경을 물었다. “지난해 오페라축제 기간에 국내 체류 중이었는데 독일에서 함께 공연한 친구가 축제 무대에 서게 되어 공연을 보러왔다. 당시 축제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돈 카를로’에 참여하게 됐다.”

연광철(53)은 1996년 바그너 음악의 성지(聖地)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단역 야경꾼으로 데뷔한 이래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발퀴레’ ‘라인의 황금’ ‘파르지팔’ 등의 무대에 올랐다.

또한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독일 슈타츠오퍼 정단원을 10년이나 역임했고, 현존하는 세계 50인 성악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독일정부로부터 궁정가수 칭호(캄머쟁어)를 받았다.

사실 연광철은 비주류 출신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고에 진학했다 고3때 성악가로 진로를 바꿨다. 일찍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동료들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유학하고 유럽에서 아시아 출신 성악가로 살아온 삶도 비주류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약점을 극복하고 유럽에서 주류 성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을 물었더니 의외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언급했다. “나는 한국인이다. 서양음악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내 색깔을 찾았다. 그것만이 비주류의 벽을 넘고 서양 성악가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연광철은 성악에서 가장 낮은 음역대를 소화하는 베이스다. 높은 음역대인 테너나 바리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타가 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세계 정상급 베이스로 공인 받고 있다. 결국 승부처는 목소리다. 개막 공연에서 들려준 그의 음색은 밝고 화려했다. 그가 “무겁고 둔탁한 소리에 비해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이 넓다”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이번 필리포 2세 역도 “아들의 약혼자와 저항하지 못하고 결혼하는 아버지로서의 아픔을 섬세한 감성터치로 소화한다”고 했다.

무대 위의 그는 열정이 넘쳤고, 행복해 보였다. 2016년에 5년 동안 재직한 서울대 성악과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올 만큼 그는 천상 성악가다.

이번 공연을 위해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에서 개막 3주 전 입국을 제안했지만 충분한 연습을 위해 5주 전에 입국할 만큼 무대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다. “이왕이면 잘하고 싶어 다른 공연을 취소하고 왔다”고 할 만큼.

그런 그가 대구오페라축제에 대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소프트웨어를 갖추는데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 그래야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써 역량이 높아진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무대시스템이나 작품선정, 제작 등에 대한 독립적인 운영과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축제 상주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이 없기 때문에 대구시향이나 대구시립합창단도 하나의 운영체제로 동참해야 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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