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대신 반짝이는 ‘흰 것’ 찍었어요”
“다큐 대신 반짝이는 ‘흰 것’ 찍었어요”
  • 황인옥
  • 승인 2018.09.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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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갤러리 팔조 황인모 사진전
“화려한 사진 중심엔 흰색 있어”
사회적 의미보다 내면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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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모 작가가 갤러리 팔조의 전시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름과 사진을 보고 동명이인인가 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황인모의 사진과 달랐다. 그는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도심 공간 곳곳을 증명사진처럼 남겨왔다. 하지만 갤러리 팔조에 전시된 작품들은 나무로 짠 프레임만 없으면 전시장의 흰 벽과 작품이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흰색 일색이었다. 화려한 도심과 각양각색 도시인의 삶을 기록적인 시각으로 담아왔던 기존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달리 회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가 “내 기준의 예쁜 사진”이라고 소개했다. “누구에게나 풍경이 좋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예쁜 사진에 대한 갈망이 있죠. 저 역시 예쁜 사진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이번에 제 기준의 예쁜 사진을 찍어 봤어요.”

사진작가 황인모 초대전이 갤러리 팔조(경북 청도군 이서면)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 ‘White Records(흰색의 기록)’에 부합하는 흰색 위주의 사진 20여점을 걸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팔조 개관 이래 첫 사진전이다. 김중희 갤러리 팔조 대표가 황 작가의 ‘무당’ 작품에 반해 인연을 이어오다 전시로까지 연결했다.

작품들의 공통점은 흰색. 대상과 배경 구분이 힘들만큼 흰색 풍경이 미니멀하게 처리됐다.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흰색은 정점의 ‘예쁨’이다. “예쁜 사진은 밝고 화려한 사진을 의미하죠. 그 정점의 색이 흰색이죠. 반짝거리는 보석이 흰색이듯이 말이죠.”

시인 서정주는 시 ‘국화 옆에서’에서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어야 한 송이 국화꽃이 핀다”고 했다. 황인모에게도 가장 화려한 흰색을 피워내는 것들이 있다. 갈라진 틈, 긁힌 자국, 먼지의 흔적들이다. 이야기와 시간성이 스며있는 흔적들이 흰색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입히고, 완벽한 흰색으로 격상시킨다. “흔적들은 제게는 일종의 ‘시’ 였어요.”

황인모가 다큐멘터리 사진을 촬영해 왔다고는 하지만 통념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과는 좀 달랐다. 사회적인 사건 대신 작가가 기억하고 싶은 대상들(일상의 도시와 도시인)을 피사체로 소환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작품들은 대상이 가진 의미보다 미학적 요소에 더 집중했다. 흰색 배경에 간결한 선과 면, 그리고 흔적들을 통해 사진 미학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작품들은 내 마음을 위하고 내 미학을 드러내는 사진이에요. 내가 보는 습관인 선과 면, 그리고 흔적들을 한 번 돌려서 미학으로 드러냈죠.”

이번 전시를 시작하고 “기뻤다”고 했다. “전적으로 내 이야기였다. 자화상과 다름없다”고도 했다. 사회에 돌렸던 시선을 스스로에게 향하면서 내적 성찰의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하지만 자기성찰 역시 기존의 인류학적 질문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도 인정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이나 제 내면을 찍은 사진이나 인류학의 범주에 있기는 마찬가지죠.”

다음 작업에 ‘집단 학살지’를 촬영할 계획으로 분주한 작가는 인류학을 다루는 사진들을 지금도 다양하게 촬영하고 있다. 오는 21~27일에는 베트남 호찌민 오페라 극장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의 모습을 담은 영상 및 사진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작가는 지난 5월부터 대구시립무용단과 함께 작업을 해왔다. 갤러리 팔조 전시는 19일까지. 054-373-6802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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