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중요한 일
작지만 중요한 일
  • 승인 2018.09.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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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생활을 하다보면 뭔가 아쉬운 경우를 만날 때가 종종 있다. 그 중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작지만 중요한 일’ 세 가지를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지하철 1호선 열차를 탔을 때의 일이다. 객차에 들어서는 순간, 막 이불호청을 갈아 끼운 듯 산뜻한 의자가 시선을 끌었다. 가을 하늘처럼 쾌청한 파란색 긴 의자 끝자리에 분홍색 좌석 하나, 얼른 그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 좌석이 비어 있기에 무심코 바라보다가, 벽면에 ‘임산부 먼저’라는 자그마한 표식이 눈에 띄어 자리를 옮겼다. 그 이후 객차 내에 단 2개뿐인 분홍색 좌석에 자꾸 눈길이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임산부 마주치기가 참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역마다 색다른 슬로건을 내걸고 임산부를 모시고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정말 ‘아이 낳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출산 장려를 위해 눈에 보이는 금전적 또는 물리적 혜택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낳게 됨으로써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정서와 기본적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때의 일이다.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나는 잠시나마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중 도로청소차가 윙윙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에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도로 가의 흙먼지를 고압의 회전 장치를 이용해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서 물기도 없이 전동장치를 돌려버리니 가라앉아 있던 먼지가 일시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코와 입으로 다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단정하게 갈아입은 옷이나 화장기 있는 얼굴에도 먼지가 묻어 매우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공사장에서도 비산먼지 방지를 위해 물을 뿌리도록 하고 있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회전설비 앞에 물을 분사하는 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버스를 기다리거나 타고내리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니 더욱 신경을 써야할 일이다.

세 번째는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계단에서 만났다. 지하철역사에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나란히 있는 곳이 많다. 항상 운동부족을 느끼는 나로서는 계단 오르기가 건강에 매우 좋다는 말에 편리한 에스컬레이터보다 가급적 계단을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날은 연세가 많은 어른을 모시고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방향으로만 설치가 되어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절 특히 무릎관리를 위해서는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을 더욱 조심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런 사소한 일에도 건강과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싶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고령자들의 상당수가 지하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을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과 지구를 위한 매우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이다. 더 이상 지구가 더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수 있는 실천방법이 아닌가. 대중교통을 즐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동하면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고, 책을 읽거나 잠깐씩 눈을 붙일 수 있으며,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결코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작은 일을 소홀히 했다가 예상 밖의 큰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대규모 공사장 인근 아파트 지반침하 및 유치원 건물붕괴 등 끔찍한 사고도 기본을 제대로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 아니었던가 싶다. 생활 주변에는 ‘작지만 중요한 일’이 너무 많다. 개인이나 조직, 학교나 직장, 사회, 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작은 일에서부터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가 기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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