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에 귀를 씻고
탐욕도 벗어던지고
참되게 살려고
메아리를 품는 산
붉은 피 토하듯 끊어 오르던 용암
서서히 굳어가다가 이룬 융기
몸 안에 오목거울을
산속 폭포 아래 가두었다
비탈에 허리 굽은 채
부스럼 앓는 나무들
붉게 떨어뜨린 딱정벌레가
오목거울 속에 둥둥 뜬다
한철 농사를 끝내고
생의 후반부에 든 나처럼
마지막 잎새에게 되돌려주는 메아리
붉은 생의 거울이
또 봄 기다리듯이
◇오상직= 경북 의성 출생. 아시아문예 등단.
형상시문학 이사로 활동. 공저 <허공을 얻다> 외 다수
<해설> 모든 병은 알고 보면 스스로 낫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이 아플 때 유용한 치유법을 하나씩 갖고 있다. 우리 마음이 늘 지평선 같았다면 좋겠다. 삶이 늘 평평하고 잔잔하여 멀리서 보는 지평선 같았으면, 아득한 계곡이나 높은 산 같은 마음이 아니라 들판같이 넉넉하고 순박한 마음이기를….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