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이 은메달보다 더 기쁜 이유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더 기쁜 이유
  • 승인 2018.09.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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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얼마 전 제18회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이 끝났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다음으로 종합순위 3위를 했다. 1등은 아니었지만 작은 나라로서 이렇게 큰 성과를 이루는 것이 자랑스럽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많은 선수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그와 더불어 반대적인 입장으로 많은 선수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오랜 시간 피땀 흘려 준비한 노력의 결과가 좋을 때 얼마나 기쁠지는 굳이 우리가 금메달 시상대에 서보지 않아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운동 경기와 관련해 한 조사기관에서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중 어떤 메달을 딴 사람이 더 기쁠까? 당연히 금, 은, 동의 순서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기쁨의 크기는 금, 동, 은의 순서였다. 재미있지 않은가? 3등이 2등보다 더 기쁘고 2등이 3등보다 덜 기쁘다는 것이.

이유를 물어보니 이랬다. 먼저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한 번의 가상 경험을 한다. 즉, 금메달을 목에 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다. 그래서 실제는 아니지만 상상 속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가장 우뚝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경험 한 바가 있다. 그래서 은메달을 받게 되는 순간 기쁨보다는 금메달을 받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반면 동메달을 받은 선수는 한 번의 실패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노메달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상상 속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경험한 것이었다. 그 이후 받게 된 동메달은 너무나 기쁜 것이었다. 그래서 동메달을 받은 선수가 시상대에서 은메달 받은 선수보다 더 활짝 웃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 전 아내랑 식당에 갔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 추가 반찬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거기에 필자가 좋아하는 고등어석쇠구이가 2천원 했다. 기분 좋은 마음에 된장찌개를 시키고 고등어를 추가로 시켰다. 고등어구이는 필자에게 반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릴 적 아버지 밥상에 올려진 짭조름하고 고소한 고등어구이. 밥상에 제비 새끼처럼 입 벌리고 앉아 있다가 그거 한 조각 하얀 밥 위에 올려주면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아직도 그 맛은 내 입안에 맴돈다. 드디어 기다리던 된장찌개가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식탁에 고등어가 두 마리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잘 못 준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원래 된장찌개에 기본 반찬으로 고등어 구이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고등어가 없다고 생각하다가 고등어가 기본 반찬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쁨보다는 미리 알았으면 안 시켰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오래 생각한 건 아니지만 잠시 몇 숟갈 밥을 먹을 동안 고등어 값 2천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는 사실을.

얼마든지 나는 나의 생각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없다고 생각했던 고등어가 나와서 한 마리 더 얻은 것을 기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건 나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은 주인집 사장의 문제도 아니었고, 눈치 없게 나온 고등어의 문제도 아니었다. 전적으로 나의 문제였다. 원래 생각대로 고등어가 한 마리 나왔다면 나는 맛있게 고등어를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밥상에 올려진 두 마리의 고등어를 보며 나는 기뻐하지 못했다.

우리는 늘 선택하며 살고 있다. 선택은 누가 강요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본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선택할 수도 있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삶이란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로 완성이 된다. 필자는 오늘도 다짐해본다. 미움보다는 사랑을, 분노보다는 용서를, 경쟁보다는 조화를, 욕심내는 마음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선택하며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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