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인 줄 알았는데 ‘가짜’였다면… 아트스페이스 펄, 내달 7일까지 이택근전
‘진짜’인 줄 알았는데 ‘가짜’였다면… 아트스페이스 펄, 내달 7일까지 이택근전
  • 황인옥
  • 승인 2018.09.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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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으로 바위·모래·유물 등 제작
관람객에 ‘다르게 생각해 보기’ 주문
이택근 프로필3

벽과 바닥에 설치된 바위 작품이 전시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무게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바닥과 벽에 설치된 작품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바닥에 설치된 바위 작품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벽에 걸린 바위 작품에서 강한 의구심이 일었다. 크기로 보아 설치시스템이 무게를 견뎌낼 것 같지 않았다. 볼수록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작가 이택근(사진)이 관람자의 합리적인 의심을 간파했다는 듯 “만져 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손가락에 힘을 잔뜩 넣어 바위를 슬쩍 만졌는데 종잇장처럼 가벼웠다. 피식 웃음이 났다.

또 다른 작품은 세월의 흔적에 부식된 철판과 고대 유물. 이번에도 표면을 만져보았는데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반전이었다. “스티로폼으로 형태를 뜨고 실물과 똑같도록 작업을 했다”는 작가의 설명이 더해지자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가짜인데 진짜보다 더 진짜스러 보였다.

이택근작04
이택근 작.

“‘진짜’와 ‘가짜’를 통해 ‘다르게 생각해 보자’라는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각적 각도에서 생각해 보며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장해 보자는 거죠.”

작가 이택근 초대전 ‘다르게 생각하기’전이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10월 7일까지 열린다. 전시에는 바위나 모래, 철판, 유물 등을 실물과 동일하게 제작한 설치작품들로 찾아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실상은 다가 아닐 수 있다”는 강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한 작품들이다.

“수직적 구조가 수직적 사고를 하게 만들죠. 우리는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그 시스템에 순응하지만 종국에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이르게 되죠.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획일화의 뿌리도 바로 거기서부터 왔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다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르게 생각하기’의 전제는 ‘차이’다. ‘차이’에 대한 인정은 ‘다르게 생각하기’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작가가 ‘차이’를 강렬하게 의식한 시기는 독일 유학시절. 유학 초기에 그는 문화차이로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다. 그 중 존칭문제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할 일부를 제외하고는 존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독일에서 차이를 경험하면서 내가 봐왔고 알고 있던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르게 생각하기가 시작됐죠.”

진짜와 가짜, 허구와 실재를 표면으로 드러내는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은 ‘무게’와 ‘규칙’. 작가는 불변의 고정관념인 ‘무게’와 ‘규칙’을 가볍게 비틀며 ‘다르게 생각해 보기’를 주문한다. 그가 주제를 심화해가는 전략은 다변화다. 그는 다양한 재료와 설치기법으로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그가 작가를 ‘환기자’라고 했다. “작가는 ‘이것이다’, ‘저것이다’ 결론을 내기보다 사람들에게 환기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죠. 제 작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되지만 결국 핵심은 ‘다르게 생각하기’에 대한 환기라고 보면 되죠.”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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