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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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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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어떠한 행사나 단체에서 그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상징물을 든다면 가장 먼저 기장(紀章)을 들 수 있습니다. 기장은 ‘벼리 기(紀)’와 ‘단락 장(章)’을 써서 ‘그물의 한 뭉치(그물의 한 부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이미 그 이름 속에 이미 ‘매우 중요하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기장은 또한 문장(紋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문장은 씨족· 단체· 집안 따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지로서 ‘도안한 그림이나 문자로 되어 있음’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유럽의 많은 가문에서 각각 독특한 문장을 가지고 있고, 그 문장 아래 행동을 통일하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번 제18회 아시안 게임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이때에 당초 이 게임의 기장으로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봉황의 모습이 발표되었는데 몇 가지 이유로 둥근 운동장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 언론에서는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 로고(Logo)가 바뀌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로고’라는 말은 문자(Log)에서 비롯된 말이라 독특하게 쓴 문자라는 뜻이 강합니다.

그러나 기장이나 문양에도 글자가 들어갈 수 있으니 크게 보아 함께 써도 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지난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의 기장도 태양 문양을 중심으로 하고 둘레에 둥근 경기장 도안을 배치한 다음 그 아래에 ‘18th ASIAN GAMES, Jakarta Palembang 2018’이라고 되어 있어 문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징물을 부르는 이름이 기장, 문장, 로고, 엠블렘(emblem)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한 마디로 나타내기가 매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림픽에서 로고는 마스코트(mascot)와 함께 가장 압축된 상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나라의 국민성, 특산품, 유명한 명승지 등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여러 가치들이 집약되어 디자인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세계대회를 치르는 나라에서는 각각 자기들의 고유한 가치를 상징화하여 로고를 만드는 것입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에는 청홍백 우리 고유의 삼태극(三太極)을 내세워 화합과 순환을 강조하였고, 베이징 올림픽 때에는 중국문화의 상징인 경(京)자를 형상화하여 자신들을 다잡았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에는 개최 년도에 착안하여 검은 바탕 위에 위아래로 20과 12라는 숫자를 배치하였는데 남녀가 포옹하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글자 모양이 이스라엘의 시온(Zion)을 의미하는 마크와 비슷하다 하여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많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자카르타 로고는 가운데 빨강 태양을 중심으로 적, 녹, 연두의 넓은 부채꼴로 경기장을 나태내고, 좌우 주황과 연두색 사이에 있는 작은 부채꼴들은 자카르타를 시발점으로 하는 8개의 주요 도로를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얼핏 보면 이들 여러 둥근 무늬들과 색깔들은 흡사 미술 시간에 사용되는 색환도(色環圖)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어떤 이는 풍차(風車)로 보인다고도 하고, 바람개비 같은 느낌이 든다고도 합니다.

여러 색깔은 다문화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형상화 하였다고 하는데 당초 봉황 문양에 비하면 조금 궁색해 보입니다. 당초 문양은 빨간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불사조(不死鳥)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아시안 게임의 주제가 ‘아시아 에너지’인 만큼 태양을 향해 치솟고 있는 불사조 모습은 그에 걸맞은 착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채택되지 못하고 색환도 비슷한 엠블렘이 사용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봉황새 안이 훨씬 더 호소력 있다고 보이나 이미 지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기(瑞氣) 품은 봉황새가 전 아시아인의 염원을 안고 다시 날아오르게 될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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