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데갤러리 11월까지 막스 아커만展
보데갤러리 11월까지 막스 아커만展
  • 황인옥
  • 승인 2018.09.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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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추상미술 선구자의 역동적 색채 속으로
나치 탄압으로 공식적 활동 기회 박탈
종전 이후 잠재되었던 미술세계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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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아커만 작.

2차 세계대전은 역설적으로 사회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태동을 이끌었다. 7년이라는 긴 기간과 천문학적인 피해를 남긴 전쟁의 상흔에 대한 반동이었다. 철학과 문학분야는 신이나 본질 개념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시하는 실존주의에 눈을 떴다. 미술분야 역시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의 야수파부터 입체파, 표현주의, 미래파 등 기존의 사조를 멀리하고 추상표현주의와 앵포르멜의 강한 기운으로 스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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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아커만(MAX ACKERMANN·1887~1975·사진)은 모더니즘(Modernism·현대미술)의 선구자를 자처했다.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출신의 바실리 칸딘스키보다 5년이나 빨랐던 1905년부터 추상미술을 추구했다. 막스 아커만 전시를 기획한 보데갤러리(대구 남구 현충로) 대표인 클라우스 보데는 “2차 대전은 사람들의 삶의 흐름을 잃게 했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며 “막스 아커만은 종전 후 새로운 미술사조인 추상미술을 주도한 시조”라고 언급했다.

아커만을 현대미술의 시조로 이끈 것은 나치의 탄압이었다. 1933년 아커만은 나치가 장악하고 있던 독일의 제국 조형 예술부 회원이 되는 것을 거부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37년 아커만의 미술은 이른바 ‘퇴폐미술’로 낙인찍히면서 공식적인 작품 활동 기회를 모두 박탈당했다. 그는 1945년 나치가 물러나기 전까지 은둔자로 살았다. 종전 후 아크만의 회화는 변화했다. 색채 속에 잠재되어 있는 과감한 역동성과 음악성이 새롭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 이른바 실재하는 추상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나치의 탄압이 새로운 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한 것.

아커만이 추구한 것은 ‘절대 미술의 실현’이었다. 그는 모든 형태의 원형이 되는 원시체를 통해 절대미술을 실현하고자 했다. 음이 가진 색채를 통해 곡을 써 내려가듯 색채가 가진 음색을 절대회화로 시도했다. 1945년 스케치북에 “절대적 조형의 출발점 모색”이라는 의미심장한 메모를 남긴 것에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절대 조형을 추구한 아커만의 위대성은 일상의 대상을 필연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보데 대표는 “아커만은 실재하는 추상을 그렸다. 음악, 건축,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었고, 이들 분야들은 절대적 조형의 대상이 됐다”며 아커만의 미술세계를 소개했다.

사실 아커만은 저평가됐다. 독일 추상화 개척자 3인방으로 불리며 아커만과 함께 그룹활동을 했던 빌리 바우마이스터, 에른스트 빌헬름 나이 등은 아커만에 비해 작품 가격이 10배가 높다. 저평가 이유는 나치의 탄압에 있다. 그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가로 몰려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정부 소유의 국립미술관에서 작품이 내려지는 치욕을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폭격으로 작업실이 소실되는 등 악재가 겹쳐 그에 대한 조명이 다소 늦어졌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그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하다.

32년전 독일 뉘른베르크 보데갤러리 개관 첫 전시에 아커만의 작품을 걸었다. 현대미술의 시조로서의 아커만의 가치를 인정한 것. 보데 대표는 “아커만은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들의 토대가 된 작가다. 독일미술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라며 “대구 시민에게도 독일 미술의 시초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010-6723-301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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