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오페라축제서 만나는 국내 최초 소프라노의 음악과 삶
국제오페라축제서 만나는 국내 최초 소프라노의 음악과 삶
  • 황인옥
  • 승인 2018.09.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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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덕, 사의찬미’ 제작자 김귀자
영남오페라단 최초 단독 창작오페라
개인 비극적 사랑·민족애 두루 다뤄
“한국의 ‘라보엠’ 되길” 28·29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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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을 오페라로 제작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뤘어요.”

소프라노 윤심덕의 음악인생과 사랑을 그린 오페라 ‘윤심덕, 사의찬미’ 공연을 앞두고 공연을 제작한 영남오페라단 김귀자(사진) 단장의 목소리에 설레임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한국 오페라 7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에 ‘윤심덕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오랜 꿈을 이뤘다는 자부심과 창작 오페라 윤심덕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어떠할지에 대한 긴장감이 혼재했다. “젊은시절부터 흠모하던 윤심덕을 제 손으로 창작오페라로 무대에 올리게 되어 감개무량해요.”

대한민국 최초의 소프라노였던 윤심덕(1897∼1926)은 평양 출생으로 일본 우에노(上野)음악학교 성악과를 졸업했다. 귀국하던 해인 1923년 6월에 종로 중앙청년회관에서 독창회를 가짐으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로 데뷔했다. 이때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모든 음악회에 등장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유부남인 극작가 김우진(金祐鎭)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궁지에 몰렸고, 1926년 현해탄에서 김우진과 함께 투신자살하며 비극적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남긴 ‘사의 찬미’는 오늘까지 널리 불리고 있다.

투신 후 윤심덕은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으로 그려지며 영화·연극·뮤지컬로 제작돼 왔다. 하지만 오페라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에 오페라 제작에 나선 김 단장은 기획단계부터 그동안 관심의 대상이었던 윤심덕의 사랑보다 그녀의 음악과 삶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했다. 일제강점기의 억압된 사회와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했던 엄격한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했던 진취적인 여성이자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로 살았던 윤심덕의 음악인생과 인간적 고뇌를 그려내고자 한 것. “30년동안 소프라노로 무대에 올랐던 저는 여성예술인의 삶을 개척했던 그녀의 덕을 입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녀의 진취적인 개척 덕분에 우리나라 여성성악가의 예술활동이 지금처럼 활발할 수 있었죠.”

김 대표는 여고 1학년때 성악을 시작해 30년 동안 오페라 무대에서 주인공을 도맡았다. 영남오페라단과의 인연은 30년이 됐다. 김금환 초대 단장이 1984년 창단한 영남오페라단 작품에 단골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되어 1995년 2대 단장으로 취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남오페라단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35회의 정기공연을 펼쳤다.

‘윤심덕, 사의 찬미’는 36회 정기공연이자 영남오페라단 최초 단독 제작 창작오페라다. 이 오페라는 요한슈트라우스의 ‘박쥐’와 ‘집시남작’, 니콜라이의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 장일남의 ‘녹두장군’ 등 한국 초연과 베르디의 ‘오텔로’, 로시니의 ‘신데렐라’ 대구초연 공연을 선보인 영남오페라단과 오페라 ‘불의 혼’ 등을 작곡한 진영민 경북대 교수, 뮤지컬 ‘왕의 나라’ 등을 쓴 김하나 대본가, 오페라 ‘나비부인’ 등을 연출한 정철원 연출가 등 최고의 제작진이 함께해 탄생했다.

윤심덕이 오페라로 제작되기까지 녹록치 않은 여정이 있었다.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윤심덕을 철저하게 파헤쳤고, 대본부터 음악까지 완벽을 기하고자 노력했다. “오페라의 요소에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국가를 초월한 주제와 민족애나 공동체 사랑에 대한 헌신 등의 교훈적인 이야기, 감동적인 음악이 더해져야 해요. 그 점에 역점을 두었어요.”

그녀의 노력 덕에 오페라 ‘윤심덕, 사의 찬미’에는 윤심덕의 김우진과의 비극적 사랑과 죽음, 일제강점기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공연에 참여한 소프라노 윤심덕의 교훈적 이야기 그리고 서정적으로 녹여낸 음악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지난 3년 동안 윤심덕이 되어 울고 웃으며 윤심덕에 빠져 살았어요. 그녀의 영혼을 위해 연미사를 드리며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런 진정성 때문인지 그분의 오페라를 만들면서 힘들 때 그녀가 오시는 것을 느낄수 있었어요.”

대구근대와 근대시기 예술가들을 오페라에 담으려는 노력도 빠트리지 않았다. 중심 무대를 대구 대구좌(옛 대구극장)에서 열렸던 공연에 맞췄고, 작곡가 홍난파와 채동선, 연극연출가 홍해성 등 근대시기 예술가들도 등장시켰다. “윤심덕을 비롯해 우리나라 현대예술의 뿌리로서의 근대 예술가들을 조명하고 싶었어요.”

이번 오페라를 통해 “어려웠던 시대인 근대를 당돌하게 열고자 했던 신여성 윤심덕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는 김 대표는 “이 오페라가 한국의 ‘라보엠’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녀의 취지가 전달되었음일까? 첫 공연을 앞두고 매진을 기록하고 있고, 두 번째 공연도 매진이 임박한 상황이다.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공연은 제16회대구국제오페라축제 두 번째 메인 작품으로 28일과 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난다. 053-666-6174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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