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달님에게 기원하며
북한 비핵화를 달님에게 기원하며
  • 승인 2018.09.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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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문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사회 이슈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취임 이후 계속 고공행진 하던 국정수행지지도가 지난 9월초 각종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지표로 인해 한 때 50%이하로 곤두박질치다가 9.19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7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지난 8월 개봉된 ‘공작’이라는 영화에 빗대어 과거 보수 정권은 북한과의 긴장고조를 통해 정권의 지지도를 높이는 반면 진보 정권들은 긴장완화를 통해 정권의 지지도를 높인다고 평하면서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 다 북한을 그들의 정권 유지의 기반으로 활용한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지난 김대중 · 노무현정부에서도 임기 내에 한차례에 불과하였던 남북정상회담이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금년에만 벌써 3차례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최초로 북한정권의 최고 권력자가 서울을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여 매우 고무적이고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고 있음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정부의 의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북한정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할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는 것이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신뢰를 하지 않는 쪽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신뢰를 받지 못하는 쪽의 책임이 더 크다. 그 이유는 신뢰를 받지 못하는 행위를 반복했기 때문에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북 특사단이 북한 김정원위원장을 만났을 때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하다. 선의(善意)를 선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불평을 하기 전에 인색한 평가가 주로 북한을 가장 잘 아는 집단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과거 남북 간에 이루어진 불가침 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등 모든 합의를 깬 것은 바로 북한 그 자신이었다. 최근 비핵화를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파격적인 김정일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과거 북한을 사찰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했다는 징후가 없다”고 한다거나, 크리스 힐, 로버트 갈루치 등 과거 대북 대화에 앞장섰던 사람들조차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북한은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는 것을 경험한 기관이나 사람들로 북한으로부터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아가며 체감하였기 때문에 ‘선의를 믿어 달라’는 김정은의 말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도 그 평가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자”며 구체적인 방안을 양 정상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와 관련하여 비판론자들은 이를 지난 13년 전 국제사회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2005년 9월19일에 이루어진 6자회담 공동선언과 비교하여 전혀 진전이 없는 우려먹기라고 폄하하고 있고, 반면 긍정론자들은 이번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육성을 통해 ‘핵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이 나온 만큼, 과거와는 달리 큰 진전을 이루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언이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사찰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김정은이 핵 사찰에 합의했다’고 트윗에 밝혔다. 평양 선언에는 ‘사찰’이란 말은 없고, 미사일 실험 시설 폐기에 ‘참관’을 허용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이면에서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비핵화와 관련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한 · 미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공개로 북핵 전면 사찰을 약속했거나 아니면 트럼프가 북핵 사찰을 기정사실로 만들고자 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

아직 세계 역사상 핵실험에 성공해 핵폭탄을 확보한 국가 중에 핵을 포기한 국가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각종 경제제재의 압박을 받고 있는 김정은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진심이기를 바라며, 이 땅에 비핵화를 바탕으로 한 평화정착이 이루어지고, 북한 정권도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날이 오기를 추석 보름달에게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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