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저녁
초가을 저녁
  • 승인 2018.09.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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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진작 와 있는 걸 내가 몰랐다

내 무딘 발바닥이 여름 내내 들떴어도

이러다가 하나씩 가라앉겠거니

새벽 홑이불 살갗에 슬퍼도

내가 이리 슬프면 남들도 슬프겠거니

나는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했다



목숨도 진작 가을로 깊은 것을

생활도 달력처럼 사위어 드는 것을

살수록 남루만 갈잎처럼 쌓인 것을 몰랐다

서둘러 돌아갈 길 잊고 있었다



빈들에 대낮처럼 불을 놓아서

모처럼 나도 전할 소식 있었으면

누를수록 피어나는 기쁜 일도 있었으면

팔짱끼고 서성이는 초가을 저녁



◇이향아= 1938년 충남 서천 출생.
1966년 현대문학 ‘찻길, 가을은, 설경’으로 등단.
1987년 경희대대학원 문학박사 학위 취득.



<해설> 가을은 누구나 소중한 무언가를 품고 싶은 섭리의 계절. 늘 들뜬 채 다가서는 세월이 남긴 먼지가 쌓이고 쌓이면 얽힌 것은 풀고 버릴 건 버려야 하는 가슴 아린 외면이 있다. 계절의 섭리는 우주만물에 날개를 주기위한 과정이라 했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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