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일자리
  • 승인 2018.09.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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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
학교대학원 아동문
학과 강사
“어때, 취직도 안 되고 우울한데 술이나 한 잔 할래?” “일 없어!” 이때 ‘일 없다’는 말은 굳이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필요 없다, 싫다’는 뜻이다. 하지만 평생 몸을 움직여 일하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정말 일이 없다면, 그리고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동남아지역의 한 청년이 살아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두 팔이 없는 청년은 발에 기구를 달아 밭을 일구어 감자를 심었고 거두어들일 때는 끈 달린 바구니에 발가락으로 집어 담아 끈 손잡이를 입으로 물고 감자를 날랐다. 집까지 가져올 때는 어깨 양쪽에 조금 남은 윗몸에 지게 끈을 걸쳐서 거뜬히 지고 왔다. 발가락 사이에 감자 깎는 칼을 끼워 감자 껍질을 깎았고 파를 썰 때도 발을 손처럼 이용하여 칼질을 하였다. 감자요리가 다 되자 접시에 입을 갖다 대는 모습을 보았다. 청년은 그렇게 해서 감자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두 팔이 없으니 발을 손쓰듯이 이용하는 기술을 익혀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그의 일하는 의지가 존경스러웠다. 이렇듯 우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인간 실존 차원에서 아주 필수적인 일을 하며 산다. 나아가 일을 통해 삶에 필요한 재원도 얻고 사회적 가치도 인정받으며 산다. 그러므로 일은 인간이 보람되고 의미 있는 미래를 열어가게 하는 행복의 수단이요 과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다. 정부는 소득의 불균형을 줄이겠다고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높였지만 통계청 발표 2018년 2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소득최하위층 20%(2인 이상 가구)가계의 명목소득은 7.6% 감소한데 비해 최상위층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오히려 10.3% 증가세를 보여 부의 양극화는 더욱 벌어졌다. 현금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임시직,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고용직, 아르바이트직의 삶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청년 취준생 수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일자리 사업을 위한 올해 예산 편성액 19조2천억원을 내년에는 21조6천억원 이상 투입할 것이라 한다. 그러면 좀 나아질까?

정부는 최근 ‘신직업 발굴 육성 추진 현황 및 계획’도 발표하였다. 거기에서 TOP으로 꼽은 직업을 대충 보면 ① 의료 데이터 분석으로 보고서를 만드는 의료정보관리사 ② 원격 진료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 의료를 돕는 코디네이터 ③ 비닐하우스 환경을 스마트폰으로 재배 모니터링 하는 구축가 ④ 2020년에 10조원 규모의 시장이 생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설계, 개발, 시스템 운영의 사물인터넷 전문가 ⑤ IT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중금리대를 대출해주는 핀테크 전문가 ⑥ 3D 모델링 기술을 응용, 가상공간을 체험하게 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증강현실전문가들이다. 이들 직업들은 대개 컴퓨터 기술에 의존하는 것들이다.

이런 전망에서인지 고용노동부 실업자 내일 배움 카드를 보면 컴퓨터 실무나 컴퓨터 활용 자격 취득 과정들을 국비로 무료지원해주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마이크로 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에서 보듯, 디지털 첨단기술의 발전이 거듭제곱의 속도로 발전하게 될 전망이다. 돌아보면 신개발 되는 로봇도 우리의 일자리 경쟁자가 될 수 있겠다. 로봇을 개발하더라도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단순 반복적인 작업만 로봇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노인 돌보는 로봇을 개발할 때도 무슨 일이든 척척 해주는 로봇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복지사의 육체노동을 덜어주는 스마트 기구의 개발을 목적으로 해야 인간은 편하게 일하며 보람도 느끼고 일의 즐거움을 찾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지금 현재 일자리를 찾아보자.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터무니없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건 좋고 보수 높은 일자리가 없을 뿐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생활을 고려한 그에 걸맞는 일터가 필요한데 부채비율이 높은 국내 사업주들은 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써왔으며 대기업들도 사업확장의 여건이 좋은 해외로 사업장을 옮겨가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렇다고 일자리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은 아니다. 일을 통해 여유 있게 삶을 즐기고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운이 달린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절벽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다각적인 면에서 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해쳐나갈 국민들의 의지가 합쳐져야 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앞세운 포퓰리즘으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게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의 염원은 최소한 베네수엘라의 경제파국을 닮지는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경제와 정치의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어른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면밀히 잘 세워 우리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로 이끌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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