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현대사진 거장 로버트 프랭크 회고전
국내 첫 현대사진 거장 로버트 프랭크 회고전
  • 황인옥
  • 승인 2018.09.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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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 개관전
‘미국인’ 연작·프린트·작품집 등 구성
50년대 다큐멘터리 형식 눈여겨 볼만
LondonWales
Robert Frank, Welsh Miners (1953), from the book London / Wales (2007) ⓒ Robert Frank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Art Space LUMOS) 개관전의 개막식이 열린 지난 7일, 전시장이 관람객으로 넘쳐났다.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식과 동시에 개막한 이날 전시에 사진 전문가부터 애호가까지, 소위 ‘사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현대사진의 아버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1947-2018)의 국내 최초 회고전을 관람하기 위함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석재현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 대표는 최근 만남에서 “관람자 중에서 80%가 외지인들”이라며 전국적 관심 전시임을 전했다. “프랭크가 현대사진의 선구자이자 세계 최정상급의 작가인데 비해 국내에서 전시를 볼 기회는 없었다. 그의 첫 회고전이다 보니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석 대표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자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시기획자다.

◇ 사진계와 출판계 거장의 만남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1947-2018) 초대전 ‘Robert Frank : Books and Films, 1947-2018)’전이 대구 유일의 사진 중심 갤러리인 아트 스페이스 루모스(Art Space LUMOS)에서 개관전으로 열리고 있다. 전시는 프랭크 역작들과 단편영화, 오리지널 프린트, 작품집 등 작품 전반을 소개하는 팝업 형식의 회고전으로 구성했다.

특히 현대사진의 효시로 꼽는 ‘미국인’ 연작을 중심으로 프랭크 생애 전반에 걸쳐 완성된 작품들 중 17개의 시리즈를 걸고, 그의 단편영화 7개를 독립된 공간에서 빔 프로젝트로 소개한다. 여기에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충격’이라는 평을 받았던 프랭크의 오리지널 프린트인 ‘The Americans’ 중 2점을 비롯 총 4점의 오리지널 젤라틴 실버 프린트와 슈타이들이 발간한 로버트 프랭크의 작품집 25권도 전시했다.

사실 이번 전시는 두 번 놀란다. 대구의 신생 갤러리가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만 전시를 여는 거장의 사진전을 성사시킨 점도 이례적이지만 규모와 퀄리티 측면에서도 미술관급 전시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석 대표는 “독일에서 만든 프랭크에 최적화된 종이와 잉크로 인쇄된 작품이라 국내에서 이만한 퀼리티를 만나기 어렵다”며 이번 전시의 수준을 언급했다.

전시를 성사시킨 일등공신은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그는 세계적인 출판계의 거장이자 사진을 비롯한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의 대표다. 출판이 단순히 인쇄라는 기술적 공정이 아닌 작가적 사고가 녹여진 예술성으로 승화한 인물로, 다양한 작품들을 편집과 디자인 그리고 뛰어난 인쇄로 완성해 예술의 한 영역으로 승화시킨 장본인이다. 특히 프랭크의 사진집을 35권을 발간하며 그와는 긴 세월 신뢰를 쌓아왔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과는 3년전 해외 사진페스티벌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에게 1년전 루모스 개관을 언급하며 프랭크 초대전 제안 메일을 보냈다. 루모스 개관전에 그 정도의 수준급 전시를 하고 싶어서였다.” 석 대표의 제안에 슈타이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고, 4일 후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대구를 방문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슈타이들은 프랭크와 상의 후 흔쾌히 전시를 수락했다. 석 대표에 대한 신뢰와 루모스 공간에 대한 만족감이 작용했다.

“로버트 프랭크와 슈타이들이 함께 만드는 전시는 생각만으로도 벅찼다. 슈타이들이 전시 개막전에 전시할 작품 사진들과 그 외 전시물을 준비해 다시 루모스를 찾아 전시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 퍼스널 다큐멘터리 사진 개척

전시에 소개된 ‘미국인’ 연작은 현대사진의 효시로서의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열차 한 량을 외부에서 촬영한 작품에서 그는 50년대 미국사회의 흑백갈등을 꼬집었다. 당시 백인과 흑인 지정좌석제로 운영해 사진 속에는 백인과 흑인이 분리돼 있다. 또 다른 사진도 불편하다. 백인 남성의 긴 행렬을 촬영했는데, 차림새가 너무 남루해 흡사 무료급식소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걸인처럼 묘사됐다. 당시 미국사회의 지나친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미국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객관적으로 담아낸 프랭크의 사진에 당시 미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곧 받아들여졌고, 그는 세계적인 스타작가가 됐다.”

이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프랭크의 위대성은 50년대에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의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20세기 후반 현대사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그는 전통적인 포토에세이 형식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만나는 일상을 직관적인 구성과 사진배열로 퍼스널 다큐멘터리 사진의 시조를 자처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010-7432-746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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