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예쁜 여자가 더 좋다
마음이 예쁜 여자가 더 좋다
  • 승인 2018.09.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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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대구경북 다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창밖의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빗줄기가 쏟아졌다. 어제 결혼한 B 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장님. 저는 이 나이에 절대로 외모는 안 봅니다. 마음씨만 착하고, 성격만 좋으면 됩니다. 그러나 겉만 보고 착한지 안 착한지 제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전 사장님만 믿습니다.”

B 씨의 직장 동료가 7년 전에 우리 회사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 그 부부가 알콩 달콩 잘 사는 모습에 용기를 내어 필자와 인연이 되었다. 결혼 선배인 직장 동료는 절대 외모만 보지 말고 마음씨 착한 여성을 만나야 된다고 그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그 얘기를 전해 들은 현지 책임자인 베트남인 부장이 말했다. “우리 아줌마는 키도 작고, 뚱뚱하고 못생겼어요. 근데 난 그 아줌마 없으면 못 살아요. 나는 집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해요. 우리 아줌마는 집에 가면 나를 왕처럼 대접하고, 나를 편하게 해주어요. 그래서 난 우리 아줌마를 제일 사랑해요.‘라고 하면서 폰에 간직한 부인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 그가 말한 대로였다. 그는 부인이 쌀국수 가게를 하는데 돈을 잘 번다고 했다. 그도 돈을 많이 벌어서 4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이 말하는 ’부자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러 온 한국 남성들에게 부인 자랑을 하곤 한다. 그는 아내가 너무 예쁘면 피곤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예쁜 여성만 찾는 한국 남성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준다. 베트남에는 대부분 남성들이 능력이 없고 백수가 많다. 낮시간에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윗옷도 걸치지 앉은 채, 차를 한잔하거나 신문을 읽으며 여유를 부리는 베트남 남성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베트남 재혼 여성들의 이혼사유는 90퍼센트 이상이 남성이 원인이다. 경제적 무능력, 술, 폭력, 도박, 바람까지 피우니 여성들이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베트남 남자들에 비해 그는 성실하고 가정적이며 능력까지 갖춘 남성이었다.

그는 B씨에게 마음씨 착하고, 가정교육도 잘 받은 아가씨가 있는데 인물이 좀 부족한데 추천을 해도 되겠냐면서 B씨의 눈치를 살폈다. B씨는 마음씨만 착하면 된다면서 흔쾌히 수락했다. 현지부장은 폰 속의 사진을 들추어냈다. 나이에 비해 인상이 조금은 강하고 뚱뚱해 보였지만, B 씨는 한번 만나보겠다고 했다. 신부집 근처 식당에서 신부의 어머니와 아버지, 고모 ,할머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맏이 인지라 가족들의 관심이 많았다. 사진에 본 인상보다 실물이 훨씬 느낌이 좋았다. 일반적인 베트남 신부들에 비해 키도 좀 크고 통통한 편이었지만, 활짝 웃으면 가지런히 드러나는 치아가 예뻤다. 성격도 쾌활해 보였고, 소위 볼매였다. 정이 가는 인상이어서 B 씨와 난 흡족한 눈빛을 교환했다. 신부의 부모님들도 사윗감이 체격도 좋고 인상이 선하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어느 명강사가 그랬던가. 남자는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만나면 즉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배출되어 눈에 콩깍지가 낀다 했다. 그러나 결혼해서 시간이 흐르면, 얼굴만 예쁜 여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예쁜 사람도 자꾸 보면 무뎌져서 처음 느꼈던 마음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냥 그랬지만 알아갈수록 외모 이상의 매력이 있는 사람, 평생을 같이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외모는 그저 수수해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씨의 소유자를 만나면 편하다. 함께 하는 자리를 유쾌하고 기분 좋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은 ‘예쁜 얼굴’ 이상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B 씨에게 이미 그녀는 이 세상의 가장 예쁜 신부였다. B 씨는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주고, 그녀를 특별한 여자로 만들어주는 남자였다. 그와 함께 있으면 그녀는 정말 예쁜 여자가 된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상추쌈을 그의 입안 가득 넣어주며 미소 짓던 그녀의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그 어떤 인연보다 소중한 부부의 인연. 하늘이 맺어준다 했던가. 밝은 미소가 닮은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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