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단상(斷想)
추석 단상(斷想)
  • 승인 2018.09.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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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추석을 쇠기 위하여 아침 일찍 동대구역에서 첫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 올해(2018년)의 추석명절은 다른 해의 설날이나 추석보다도 열차안의 좌석이 많이 남아있었다. 서울의 지하철 1호선 안도 사람들이 적었다. 열차 안에선 여자 노숙인이 남루한 차림으로 냄새를 풍기며 경로석에 앉아서 육두문자의 욕설을 해대니 더욱 분위기가 썰렁하였다. “도대체 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복지의 사각지대를 말하였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3대 유리왕이 나라 안을 두루 다니다가 한 노파가 굶주림과 추위로 곧 죽으려 하는 것을 보고 “내가 보잘것없는 몸으로 임금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을 잘 기르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르게 했으니 이는 임금인 나의 죄이다.”하고 옷을 벗어 덮어주고 음식을 주어 먹였다.

또 관리에게 명하여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늙은이, 늙고 병들어 스스로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을 찾아 위문하고 물자를 지급해주었다. 이에 이웃 나라 백성들이 소문을 듣고 신라로 옮겨오기도 했다. 이해에 민간의 풍속이 즐겁고 평안하여 가악으로 처음 도솔가(兜率歌)를 지었다.(유리이사금 5년 11월)

유리왕 9년에는 6부의 이름을 고치고 여섯 성씨를 내려 주었다. 그리고 유리왕은 6부를 둘로 나누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였다. 이들은 가을 7월 16일부터 매일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서 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길쌈을 해 밤 10시경에 파하였다. 8월 15일이 되면 그 길쌈 성적의 많고 적음을 평가해 진 쪽에서는 술과 음식을 마련해 이긴 쪽에게 베풀었다. 이 자리에는 노래와 춤과 온갖 오락이 다 벌어졌는데 이를 일러 ‘가배(嘉俳)’라고 하였다. 이 날 진 쪽에서는 한 여자가 일어나 슬프고도 우아하게 “회소(會蘇)! 회소!”하고 탄식조의 노래를 불렀다.(유리이사금 9년)

오늘날 추석의 유래는 신라의 ‘가배(嘉俳)’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추석의 다른 이름인 가윗날, 중추절, 한가위 등은 모두 시대의 변천 과정을 거친듯하다.

큰집에 도착하니 제꾼들이 모두 모였고 차례상이 차려지고 있었다. 용인에서 온 조카가 차례상을 차리면서 종손에게 하나하나 자꾸 물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차례상을 차리는 일을 보는 유사는 없지만 우리 집안의 가풍은 ‘시례야(是禮也)’이다. 모르면 누구에게나 자꾸 물어야 한다. 이것이 예의이다. 어쩌면 조카의 일일이 묻는 모습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지나친 듯 보일 수도 있다.

중국 노나라를 세운 사람은 주공(周公) 단(旦)이다. 주공은 주나라를 세운 문왕의 넷째 아들이다. 주공 단은 아버지 문왕, 형 무왕, 조카 성왕을 도운 창업공신이다. 그의 업적은 모든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주공 단은 나중에 노나라의 제후에 봉해졌다.

공자는 600년 전의 그 주공 단을 본받고자 오매불망 그리워하였다. 공자의 아버지 숙양흘(叔梁紇)은 노나라 추읍에서 집정관으로 일을 보았다.

공자가 노나라를 세운 주공 단의 태묘에 들어가 참례할 때였다. 제사상을 차리면서 일마다 하나하나 측근자에게 소상이 물었다. 공자를 시기 질투하는 어떤 사람이 비웃으면서 “누가 저 추인(숙양흘)의 아들을 예를 안다고 하겠는가? 태묘에 제사상을 차리면서 매사 일일이 남에게 묻지 않는 것이 없으니 말이야.”하고 말했다.

공자가 그 말을 듣고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하는 것이 곧 예이다.”라고 말했다. 공자가 말한 ‘시례야(是禮也)’는 모든 것을 삼가 함이 곧 예인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가례의 규준은 있지만 가문마다 제례방식이나 방법이 다른 것은 시대적, 환경적 요인들이 작용한 탓이리라.

외국 기자들이 오랫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느낀 추석에 대한 단상(斷想)은 매우 인상적이고 좋았던 듯하다.

특히 추석엔 고향을 방문하여 부모님이 주시는 가을걷이 곡식들을 차량에 싣는 모습이며, 손을 흔드는 부모님을 향해 고개를 차창 밖으로 내밀고 고개를 연신 돌리는 모습이 방영될 때면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방영되는 우리나라의 추석 모습은 인천공항의 해외여행모습이었단다.

누가 뭐래도 아직은 추석에 햅쌀로 차례를 지내고, 고향의 부모님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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