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이스라지꽃
<좋은시를 찾아서> 이스라지꽃
  • 승인 2009.02.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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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 미

천룡사지 귀룽나무 꽃불 들어도
오르는 초입의 이스라지꽃 만하랴.
분꽃나무 향기도 만만찮아 어질어질
앞서가는 신랑 발길 자꾸만 빨라지더라.
애기나리 딱지꽃 제비꽃을 만나는 동안
산행을 아예 홀로 즐기려 하는지,
봄꽃 하르르 나를 반겨도
무덤덤 걸어가는 그대 어깨 만하랴.
아무리 꽃술에 입맞추며 부벼도
믿는 구석 없다면 서러움만 더하겠지.
연초록 새 순에 소곤대는 바람,
햇빛 한 장에 온기 남았다 해도
내 안에 사랑 없다면 향기로운 속삭임도
어찌 기쁨이련가.
오늘 아름다운 사람들이 머문 자리
곳곳에 마음 한 자락 내려놓는 일도
소중한 내 사랑의 굴레가 되겠지.

▷경북 경주 출생. 경주문예대학 수학. 『문학예술』신인상 시 부문 수상으로 등단. 현 경주시 탁구협회 재무이사, 경주시 내남보건소 근무. 경주 `행나무’ 동인으로 활동.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어두운 마음까지 밝혀 준다. 슬플 때는 위안을, 기쁠 때는 환한 모습으로 축복의 꽃다발이 되기도 한다. 하나 그런 꽃보다 더욱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 이노미의 `이스라지꽃’이다.

산행길 초입에서 만난 이스라지꽃이 꽃 중에 으뜸으로 아름답고, `봄꽃 화르르 나를 반겨도 / 무덤덤 걸어가는 그대 어깨 만하랴.’고 했다. 그렇다. 아름다운 `꽃술에 입맞추며 부벼도 / 믿는 구석 없다면 서러움만 더하겠지’는 실로 절창의 시구다. 아름다운 꽃을 만날지라도 믿는 사랑이 없다면 그 꽃을 오히려 슬픈 모습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 사랑론이다.

경상도 특유의 뉘앙스를 지닌 `믿는 구석’은 다름 아닌 사랑의 본적지요 현주소이다. 이 시가 지닌 또 하나의 절창은 `햇빛 한 장에 온기 남았다 해도 / 내 안에 사랑 없다면 향기로운 속삭임도 / 어찌 기쁨이련가.’이다.

정작 세상에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기쁨과 행복을 꽃피우는 것은 꽃이 아니라 `믿는 구석’의 `내 안에 사랑’인 것임을 우리는 이 시를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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