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안전띠 규정…안 지켜도 그만?
허술한 안전띠 규정…안 지켜도 그만?
  • 한지연
  • 승인 2018.09.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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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고지받고 착용 안해도
택시기사 과태료 부과 안돼
시내버스는 아예 대상서 빠져
유아용 카시트 규정도 ‘원성’
“오죽하면 안전벨트 가짜클립을 가지고 다니겠습니까. 준법의식은 커녕 취객한테서 욕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죠.”

지난달 28일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교통사고 사상자 감축과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허술한 법과 미흡한 준법의식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택시운전자 이모(63)씨는 새벽에 술 취한 승객과 싸우고 싶으면 안전벨트 이야기를 꺼내면 된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손님 안전벨트 매셔야죠’ 한 마디에 눈이 벌개져서 손을 올리는 술 취한 승객이 한 두 명이 아니다”라며 “별의 별 사람을 상대하는데 취객의 경우 모든 말을 시비로 받아들일 때가 적지 않다. 이제 뒷좌석까지 챙기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꼬집기도 했다. 택시기사가 안전벨트 착용에 대해 승객에게 안내하지 않으면 기사 혼자 과태료를 내고, 안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착용하지 않으면 기사와 승객 모두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 이씨는 “법을 지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일관성 없는 법에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회사 업무용 차량을 하루 50~60km 정도 운전한다는 정병구(31·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당연한 법 개정이라면서도 과도기 상태라서 허술한 점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정씨는 자동차 뒷좌석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탔다가 운전자보다 더 큰 교통사고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잠깐’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안전띠를 하지 않았다가는 생명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는 누구보다도 안전띠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면서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지금의 법이 오히려 더 강화보완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정씨는 “시내버스는 안전띠가 원래 설치돼 있지 않으니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안전을 위한 법 개정이라고 보기에는 갸웃거려지는 면이 있다. 택시 과태료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법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도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유아용 카시트를 두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양육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법을 개정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부 권경애(여·41·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아이 하나 데리고 외출하려면 챙길 짐이 어마어마한데 카시트까지 들쳐 매고 다녀야 하냐”며 “부모 입장에서 당연히 아이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택시로 이동할 때가 대부분이라 부담스럽다. 여기에 대한 대안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운전자 혼자 탑승자 전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책임지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운전자가 모든 과태료를 부담해야 하느냐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관련 조항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부산에 사는 이웅기(22)씨는 “차를 운전하다보면 이 사람, 저 사람 태워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일일이 안전벨트를 매라고 하기 힘들다”며 “말을 해도 알겠다고 하고는 그냥 타는 사람들도 있는데 책임은 운전자 혼자라니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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