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조치로 국제사회 신뢰 얻어야
北, 비핵화 조치로 국제사회 신뢰 얻어야
  • 승인 2018.10.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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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신뢰’와 관련된 표현을 무려 18번이나 언급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협상이 미국과 북한의 상호불신에서 빚어진 사실을 겨냥한 발언이다. 북한은 비핵화조치를 실행했다가 미국으로부터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핵’이라는 협상카드만 상실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를 이행할 것인지 믿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이 갈망하는 상응된 조치를 선뜻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불신의 원인은 북한에 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짓을 밥 먹듯 해 온 이중성이 자초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섰지만 미국은 상응한 화답을 안 하고 있다”며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없다”고 했다. ‘비핵화조치’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겠다는 약속과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도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지칭한다. 말만 앞세웠을 뿐 실천한 것은 없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 것도,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국제사회의 사찰과 검증을 받은 것도 아니다.

북한이 살 길은 선(先) 비핵화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비핵화를 위한 핵 신고·사찰·폐기 절차부터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리 외무상은 북한 비핵화에 앞서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완화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비핵화 실천메시지를 기다렸던 국제사회의 기대에 너무나 못 미친다.

북미간에 신뢰조성을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필요하다. 만약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함께 미국에 중대 위협이 되는 핵탄두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를 선제적으로 폐기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을 신뢰하고 ‘종전선언’ 등 상응하는 조치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통 큰 조처로 한 발 앞선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가 달성되면서 북한이 경제부흥의 동력을 얻는 극적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기회는 남아 있다. 조만간 예정된 오스트리아 빈의 북미 비핵화실무협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서 교착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렵게 조성된 협상 동력이 사라질 뿐 아니라 공식화된 2차 북미정상회담도 전망이 어두워진다. 북미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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