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하는 이유
<팔공시론>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하는 이유
  • 승인 2010.02.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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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버마의 민담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옛날 어느 숲에 수리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그런데 젊은 시절 화려했던 위용을 자랑하던 이 수리는 나이가 들면서 외모가 초췌해졌다. 게다가 머리도 둔했고 욕심까지 많았다.

어느 날 이 수리는 시냇가를 지나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깜짝 놀라버렸다. “아니, 내 털이 다 어디로 갔지?” 머리 나쁜 수리는 자신이 늙어서 털이 빠진 줄은 생각도 못하고 털이 빠졌다는 사실만 한탄했다. 그래서 숲에 돌아와 다른 수리들에게 물어보았다. “내 몸에 털이 왜 이렇게 없지?” 그러자 젊은 수리들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털갈이를 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털이 한번 뽑힌 자리에는 다시 털이 나오지 않았고, 늙은 수리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비관하여 일체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늙은 수리를 불쌍히 여긴 다른 수리들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한참을 의논한 결과, 숲속의 모든 젊은 수리들은 자신의 털 중 가장 화려한 털을 하나씩 뽑아 늙은 수리에게 주기로 했다.

늙은 수리는 젊은 수리들의 털을 자신의 털구멍에다 꽂았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새로 꼽은 털들이 자리를 잡았고, 늙은 수리는 마침내 화려한 깃털을 가진 멋진 수리가 되었다. 그제야 늙은 수리는 예전처럼 아니 화려했던 젊은 시절처럼 으스대며 나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젊은 수리들은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늙은 수리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따라서 행동도 달라졌다. “이 숲에 나만큼 멋진 깃털을 가진 새가 또 있을까?” 늙은 수리는 젊은 수리의 도움을 받아 그렇게 멋진 깃털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급기야 자만심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숲속의 왕이다. 나이가 들어 노숙한 데다 경험도 많고, 외모도 나보다 멋진 새가 없잖아.”

자만심은 오만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늙은 수리는 다른 수리들을 모아 놓고 자신을 왕으로 모시라고 거만하게 명령조로 말했다. 젊은 수리들은 이제 기분이 상했고 언짢은 마음이 들었다. 자신들의 가장 화려한 깃털을 뽑아 늙은 수리에게 주었던 사실을 늙은 수리가 기억하지 못하니 한심스러웠다.

“우리들이 깃털을 하나씩 뽑아드린 사실을 잊으셨나요? 그것도 가장 아름답고 윤기 나는 깃털을 뽑아 드렸는데요.” “아, 그건 그때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 아무튼 앞으로는 나를 왕으로 모시라고.”

늙은 수리의 오만과 추태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마침내 젊은 수리들은 참을 수가 없었다. 성격이 급한 젊은 수리 한 마리가 늙은 수리를 부리로 쪼며 대들었다. 그러자 다른 수리들도 화를 내며 일제히 늙은 수리에게 달려들었다.

늙은 수리는 갑작스런 젊은 수리들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고, 고개를 숙여 자심의 몸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화가 날대로 난 젊은 수리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순식간에 늙은 수리의 머리털이 모두 뽑히고 말았다. 게다가 몸뚱이도 공격을 받아 여기저기 털이 뽑혀 아주 흉한 몰골이 되었다.

털이 뽑혀 예전의 초라한 모습으로 되돌아 간 늙은 수리는 간신히 젊은 수리들의 공격을 피해 도망갔다. 높은 나무위에 숨어 앉은 늙은 수리는 그제야 아름다운 깃털을 갖게 된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 자신을 후회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던 것이다. 그 후 머리털이 빠진 늙은 수리를 본 사람들은 그를 대머리수리라 부르며 그의 오만과 욕심을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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