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인 것은 이른바 PIGS국가(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중 일부가 국가부도사태를 맞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때문이다. 이들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선을 상회하거나 국가부채가 GDP의 100%를 넘는다. 그리스의 경우 GDP 대비 13%에 육박하는 재정적자를 3년 이내에 3% 밑으로 줄이겠다는 적자감축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일부 국내 경제관련 연구기관들은 이 같은 유럽지역의 재정파산 위기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그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국가의 일부에서 국가부도사태를 맞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을 보면 아직도 글로벌 경제위기는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또 우리경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도 외부 충격에 극히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파장이 걱정이다. 국제 부동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돼 국내 주식을 내다팔 경우 국내 증시가 흔들릴 것은 물론 원화매도 및 달러매수 양상이 나타나며 환율까지 크게 출렁일 게 틀림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투기성이 짙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 국제 부동자금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거나 환율이 급등락 할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한 해 국내 주식과 채권 매입을 위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80조원을 웃돈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세계경제의 불안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인데다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점에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우리도 국가채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우리 국가채무가 GDP 대비 34%수준에 그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자체 및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할 경우 선진국에 못지않을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최근엔 부채증가 속도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빠른 상황이어서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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