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공부의 신과 공교육
<대구논단> 공부의 신과 공교육
  • 승인 2010.02.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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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흥 (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가 작년보다 50곳이 늘어난 1,013개교로 발표되었다. 2002년 618개교보다 많아진 것은 그 만큼 다양한 지역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증가하였다는 증거이니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합격자 중 서울 출신이 34.7%로 작년보다 조금 줄었지만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도 외국어고와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이 26.1%를 차지하였다. 그에 비해 일반고 합격자는 작년과 비슷하고, 자립형 사립고와 전문계고 출신은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검정고시 출신도 25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무엇보다도 2010년 서울대에 합격한 서울지역 일반계 고교생의 41%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출신이라는 것이다. 지방 소재 특목고 역시 학생들의 10명 중 7명이 서울이나 경기 등 타시도로 진학한다고 발표되었다. 여전히 서울 중심, 부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니 안타깝다.

최근 입시와 관련된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인기이다. 여기서는 천하대 특별반을 둘러 싼 학교 내의 갈등 문제이다. 물론 천하대가 공부의 전부인가 하는 논란도 있지만 본질은 지식 전달만이 교육인가, 아님 애정과 관심만 있고,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못하는 수업이 옳은가? 공교육의 이상적인 부분과 교사의 참된 자질에 대한 생각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즉 강석호(김수로 분)의 `참 교육론’이 화제다. 꼴찌 병문고등학교를 재건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업의 개혁’을 외치고 나섰다. 개혁 프로그램 중에 하나는 초심을 잃어버린 교사들을 위한 `교사 재임용 고사’이다. 이를 보면, 자식의 공부를 위해서는 학원은 무조건 다녀야 한다는 부모나 학원에서 어느 정도 배웠으니 몇몇 학생만을 위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역시 문제다.

일부 시청자들은 극중 문제아들을 최고 일류대인 천하대에 보내야 인생이 잘 풀린다는 내용에 대해 `1등주의’ `학벌만능’을 부추긴다고 비난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외부에서 영입한 변희봉과 이병준이 가르치고 있는 수학, 영어의 공부비법이 결국은 `사교육’과 `과외’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성적과 관련된 최근 논쟁 중 하나는 이인재 인천대 교수의 연구 결과이다. 그는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많을수록 학생들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교조 교사 비율이 10% 증가하면 학생들의 수능 언어영역 표준점수는 0.5~0.6점(백분위 1.1~1.3점) 하락하고, 외국어영역 표준점수는 1.1~1.3점(백분위 1.5~2.0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교조 교사가 증가하면 학교 분위기가 변화하여 간접적으로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예로 2008년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서울에서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 남부 학군(영등포·구로·금천)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많으며, 최하위권 학교 60개 중 남부 학군은 15곳인 반면, 강남학군은 1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는 전교조 교사 비율 때문이 아니라, 남부학군 지역의 학생들이 사교육 혜택을 덜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교수의 발표가 학생에게 투입된 사교육비와 부모 소득액 등이 성적에 미치는 변수를 제거한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는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만이 전부인가? 어느 부모나 자신보다는 자식이 좀 더 안정으로 생활하기를 바란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 몇 명 더 많이 합격시켰느냐는 중요한 문제 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이 많아서, 사교육을 많이 받아서가 아닌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받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의 신’ 제작 의도가 “자신이 꼴찌라는 이유로 의욕을 잃고 살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방관하는 교육현실에 일침을 가하고자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는 특목고 위주의 교육정책을 통해 학부모들의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 아니다. 우리 부모들이 믿을 수 있는 공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수 교사에게 상을 주거나, 10년에 1년은 연구년을 도입 재충천의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현재 공립학교 교사는 어려운 교원임용고사에 합격한 우수한 인재들이다. 내 주변에 있는 많은 교사들이 공교육의 힘을 믿고,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교사들이 있는 한, 공교육의 힘을 믿어야 하며, 공교육이 변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개천에서 좀 더 많은 용들이 나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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