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사·카메라맨…‘삶의 의미’ 찾았어요
제빵사·카메라맨…‘삶의 의미’ 찾았어요
  • 한지연
  • 승인 2018.10.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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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장애아동 직업체험
다양한 직종 경험하며 꿈 키워
체험 도중 새 직업에 눈 뜨기도
대구북구장애아동직업체험의날
‘제1회 대구북구 장애아동 직업 체험의 날’ 행사가 150여 명의 장애아동, 장애인, 및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 리틀소시움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 및 장애우들이 다양한 직업체험을 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어떤 직업이 있었는지 잘 몰랐는데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내일 친구들한테도 어떻게 빵을 만들었는지 알려줄 거에요.”

1일 오후 2시 대구 리틀소시움서 열린 ‘제1회 대구 북구 장애아동 직업체험의 날’ 행사는 장애인들에게 제빵사, 프로그램 진행자, 플로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들을 체험해 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기회가 됐다.

앞치마와 위생모자를 쓴 이영진(17)학생은 생지(반죽)를 만지지 말라는 교사의 말에 손을 내려놓고 빵 만들기 시간을 기다렸다. 들뜬 마음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휴대폰으로 반죽 사진을 찍기도 했다. 손을 씻은 후 본격적인 빵 만들기가 시작되자 꽃과 하트 중 어느 모양틀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영진군은 하트 모양을 선택하고 심혈을 기울여 반죽 모양을 냈다.

지적장애 3급의 영진군은 “친구들끼리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크림빵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보재활원 교사 김호정(32)씨는 영진군에게 장인정신이 있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김씨는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자립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할 수 있는데까지 힘껏 지원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자립적 삶에서 직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날 직업체험행사에 참여한 지적장애2급의 김상훈(45)씨는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했었다. 일을 한다는 것은 김씨에게도 큰 기쁨이었지만 1년여가 지났을 무렵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고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사장도 편의를 봐줄 수 없다며 김씨를 해고한 것.

보담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한 복지사는 “몇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해고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사회적 편견이 무섭다”며 “고객들에게 더럽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상훈씨는 청소담당을 자처해서 맡을 정도로 주변을 깨끗하게 치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꺼내기도 했다.

체험 도중 새로운 직업에 눈을 뜬 이도 있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돼 퀴즈를 맞춰보던 김기수(27)씨는 카메라 감독이 되고 싶다며 의지를 밝혔다.

왜소증을 가진 김씨는 자신의 키보다 세 배 높은 곳에 위치한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TV에 내 모습이 나오는 경험도 신기하고 좋았지만 카메라로 촬영하는 게 너무 멋있어 보인다”며 “나는 색종이 접는 일도 대충하지 않는다. 예쁜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찍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광식 북구청장은 “직업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가졌으면 한다”며 “장애인분들이 능력을 키워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적인 사회가 되도록 제도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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