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츠알파인 열차 못 타도 괜찮아, 도시를 느꼈으니…
트란츠알파인 열차 못 타도 괜찮아, 도시를 느꼈으니…
  • 박윤수
  • 승인 2018.10.04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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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그레이마우스-프란츠요셉 빙하마을
지진으로 무너진 대성당
지진으로 무너진 대성당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뉴질랜드 남섬 여행과 밀포드 트레킹<2>

싱가폴 창이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SQ297)는 열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다음날 오전 10시40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공항의 검색은 식품과 특히 신발에 묻은 흙에 철저하다는 정보를 듣고 일행들의 등산화를 철저히 씻어서 가지고 오게 했다. 나는 일행이 여행 중 먹을 음식이 든 카고백(120L)을 들고 입국 정밀검색대로 향하고, 나머지 일행은 개인 짐을 가지고 일반검색대로 향했다. 일반검색대로 간 일행들은 금방 통과하는 듯했으나 배낭 속 등산화를 입국신고서에 체크하지 않아 벌금을 물 뻔했다. 다행히 한국어 통역하는 분의 도움으로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김치, 고추장, 각종 부식 그리고 라면 등을 가득 가지고 있는 내가 정밀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을까였다.

검사를 받기 위해 카고백을 열었는데 냄새가 진동했다.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에서 14시간을 보낸 후 뉴질랜드에 도착하는 동안 김치 발효가 계속 진행돼 밀봉 포장이 터진 것이었다. 카고백 안은 김치국물로 엉망이었고, 검색관은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나머지 물품들을 하나둘 검색대 위로 올리는데 카고백 안을 보던 검색관이 빙긋이 웃으며 얼른 짐을 싸서 통과하라고 한다. 성격 좋은 검색관 덕에 간단히 검색을 마치고 통과해 일행과 만나 곧장 화장실로 갔다. 카고백을 뒤집어 씻고, 김치는 다시 잘 아무리고, 다른 부식들도 깨끗이 닦아 가방에 다시 넣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김치 봉지가 터지는 바람에 까다롭다는 뉴질랜드 검색을 수월히 통과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시내 대성당 가까이에 있는 호텔로 가 체크인을 했다. 짙은 코발트색의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며 1932년 형성된 스페인풍 콜로니얼 양식의 뉴리젠트 스트리트를 걸었다.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 식사도 하고 슈퍼마켓에서 취사용 가스연료와 부식 등을 구매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 있는 성배 조형물.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에 있는 성배 조형물.

 

남섬 인구 최다도시 크라이스트처치
2010·2011년 강진으로 인한 복구 계속
무너진 대성당·추억의 다리 등 구경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의 남섬 동쪽 캔터베리 지방의 주요 도시로, 남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영국 성공회 교도들이 19세기 중반에 건설한 도시로 벤자민 마운트호트가 설계한 네오고딕 양식의 건물이 시내 중심부에 남아있다.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규모 7.1과 6.3의 강진이 발생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시내 곳곳에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지진피해 극복 의지도 느낄 수 있었다.
 
추억의다리
전몰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이 서 있는 ‘추억의 다리’.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성당은 무너질듯한 상태로 도심에 서 있다. 출입을 통제해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대성당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10여 분 거리에는 폐허가 된 상가를 재건하기 위한 ‘리스타트 쉬핑 컨테이너 몰(Restart shipping container Mall)’이 있다. 선박용 컨테이어 박스로 조성한 상가에서는 각종 기념품과 생필품,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리스타트 몰을 나오면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에 참전한 전몰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하얀 화강석의 문이 있다. 1923년 세워진 이 뜻깊은 건축물은 1차 대전에 참전용사들이 전선으로 떠날 때 지나간 ‘추억의 다리’ 위에 있다.


 

지진 피해를 극복하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녹아있는 선박컨테이너 쇼핑몰.
지진 피해를 극복하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녹아있는 선박컨테이너 쇼핑몰.

 

다리를 건너 에이번강변을 따라 걷다가 켄터베리 박물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현대건축물인 크라이스트처치 아트갤러리와 아름다운 고딕 양식의 아트센터가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마침 열리고 있는 주민 축제도 구경했다. 전망대로 가는 시내버스를 놓쳐 귀국할 때 가보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와 뉴질랜드 소고기와 와인으로 저녁을 먹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도심의 거리로 다시 나오니 거리가 한산하다. 숙소 앞 트램 정류장에서 나이 지긋한 악사가 기타를 연주하며 관광객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데 우리 일행 외에는 사람이 없다. 몇 곡 연주를 듣고 잠시 양해를 구하여 기타를 한번 쳐 본다. 가로등 불빛만 적적한 저녁 밤거리를 비추고 뉴질랜드의 첫날밤은 그렇게 저물어 간다.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선사하는

그레이마우스행 트란츠알파인 열차
화재로 운행 멈춰 버스로 이동하기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풍경으로 꼽히는 트란츠알파인 기차가 화재로 운행 중지됐다. 트란츠알파인 기차는 뉴질랜드 남섬의 관광열차이다. 이 기차여행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그레이마우스까지 서던 알프스를 보는 풍경이 기가 막힌다. 이 여행의 여정은 편도 223km이며, 4시간 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19개의 터널이 있고, 73m 높이의 난간을 지닌 4개의 고가철교가 있다. 남섬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협곡과 만년설 태고적 풍광을 간직한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기 좋게 큰 창의 외관을 갖춘 철도 차량으로 크라이스트처치와 그레이마우스 구간을 매일 운행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기찻길은 크라이스트처치를 떠난 이후, 기차는 와이마카리리 강을 따라 비옥한 캔터베리 평원을 통과하여 롤스톤까지 운행한다. 그런 다음 서던 알프스를 통해 멋진 풍광을 지닌 와이마카리리 강 협곡을 지나는 미드랜드 노선으로 전환하여, 오티라 터널을 경유하여 4시간 30분을 지나 서해안의 그레이마우스에 도착한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그레이마우스로 갈 수밖에 없었다. 택시를 불러 큰 짐을 버스터미널로 실어 보내고 걸어서 시외버스정류장 이동했다. 아침 출근시간에도 거리는 한산하다. 버스는 도심을 벗어나 넓은 캔터베리평원을 달린다.

출발한 지 두시간 쯤 후에 버스는 아서스패스의 휴게소에 멈춘다. 따듯한 크라이스처치와는 달리 산 위라서 그런지 날씨가 쌀쌀하다. 기차는 아서서패스에 1시간 정도 정차해 가까운 언덕을 걸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는데, 인터시티버스는 30여분 휴식한 뒤 출발한다. 버스 휴게소에서 기차역을 찾아보려고 주변을 살펴보아도 전망이 트인 곳이 아니라 알 수가 없다. 물론 경치 또한 별 특징이 없어 휴게소 내에 걸려 있는 아서스패스 그림에 만족해야 했다.

12시40분에 그레이마우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구글맵으로 렌터카 사무실을 찾아 그레이마우스 다운타운을 한바퀴 돌아 찾아온 곳은 다시 버스터미널이었다. 하차장에 붙어 있는 버스터미널 매표소 안에 렌터카 회사들이 부스를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차량을 인수 하려는데 면허증을 살펴보던 렌터카직원이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한다. 아뿔사! 국제면허증은 연간 갱신하는데 새로 발급받은 면허증이 아니라 기간이 만료된 전년도 면허증을 가져온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보조 운전사로 등록하기로 했던 사람으로 등록을 하고 12인승 미니버스를 인수해 본격적인 뉴질랜드 관광에 나섰다. 렌트카는 12개의 좌석과 캐리어 8개를 싣을 수 있는 화물공간이 있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프란츠조셉빙하
프란츠 요셉 빙하.

 

다운타운 거쳐 프란츠요셉 곧장 출발
호젓한 길·나무 교량…풍경들 인상적

2일차 숙소로 예약 한 프란츠요셉으로 이동했다. 차량 통행이 우리와는 반대여서 좌측통행운전 경험이 없는 운전자가 당황한 듯 했다. 나는 한달 전 쯤 일본에서 렌터카로 4일간 운전을 한 경험이 있어 별 어려움이 없는데 국제면허증을 가져오지 못해 일이 꼬였다. 조수석에 앉아 좌, 우회전시 일일이 차선을 가르쳐주며 본의 아니게 잔소리꾼이 됐다. 일단 그레이마우스를 출발, 한적한 뉴질랜드의 도로를 달려본다. 맑은 공기와 푸르른 하늘, 잘 정리된 가로들, 초록으로 둘러싸여있는 조그마한 도시를 지나 호젓한 길을 달린다. 오가는 차량도 별로 없고, 자그마하고 컬러풀한 2인용 캠핑카들이 눈에 들어온다. 교량들은 편도 일차선으로 콘크리트나 철교가 아닌 나무구조로 되어있다. 주로 한 차선(One way)으로 되어있는 다리의 200~300m 앞두고 상대차량 우선 진행 등의 그래픽과 안전선, 대기선이 잘 그려져 있어 차량들이 일방통행을 하더라도 막힘이 없이 물 흐르듯이 원활하다.

프란츠요셉 빙하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2인실 네개를 배정 받아 짐을 풀어놓고 장을 보러 동네마트로 갔다. 이번 여행은 매식보다는 현지 식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서 먹는 방식이라 숙소에 도착하면 현지 식료품점을 항상 들르게 되었다. 숙소는 가능하면 주방이 있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혹은 산장(Cottage),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하게 예약을 하였다. 마트에서 고기와 와인 등을 사서 숙소 주방에서 조리를 해 거하게 식당에 저녁상을 차린다. 8명이 두테이블에 풍성한 음식을 차려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한다. 우리가 다닌 숙소들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두세 명 많아야 네 명 정도의 인원으로 여행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우리는 8명이나 되는 인원이라 그네들 눈에는 조금은 번잡하게 보일 듯하다. 그러나 일행 모두 많은 여행경험으로 타인들에게 폐가 되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철저히 에티켓을 지키고 공용의 주방, 식당에서 항상 깨끗한 뒷 마무리로 다녀간 흔적이 없도록 했다, 다음 사용자들이 눈살을 찌푸르는 일이 없도록.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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