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를 기다리며 - 사람은 영원을 추구한다
불사조를 기다리며 - 사람은 영원을 추구한다
  • 승인 2018.10.04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어느 곳에서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영원을 추구하는 내용이 많습니다.그 영원은 평온에 대한 열망과 닿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러시아에는 ‘불새’라는 발레 음악이 있습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가 작곡한 것으로 다양한 타악기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음색을 자랑하는 이 음악은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발레 음악의 모티브는 러시아에 전해오는 ‘불새의 전설’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정신적 결합체라 할 만한 이 전설은 해피엔딩으로 마감합니다.

우선 제1장이 시작되는 배경은 마왕 카스체이가 사는 성(城)의 정원입니다. 사냥을 나왔던 이반 왕자가 길을 잘못 들어 마왕 카스체이가 사는 성에 들어오고 맙니다. 이 때 이반 왕자는 성 안에 갇혀있는 초라한 모습의 새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이반 왕자는 이 새를 구해주게 됩니다. 사실 이 새는 보통 새가 아니었습니다. 신령한 힘을 가진 불새였으나 마법에 걸려 그 힘을 잃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힘을 회복한 불새는 왕자에게 보은의 뜻으로 자신의 깃털을 하나를 내어줍니다. 그러나 이러는 가운데에 이반 왕자는 그만 마왕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제2장에서는 불새의 도움으로 이반 왕자가 마왕 카스체이를 벗어나게 되고 기어이 마왕을 처치하게 됩니다.

그러자 성 전체는 마법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그 동안 성은 마법에 걸려 죽음의 성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마왕이 사라지자 초목은 되살아나고 짐승으로 변해있던 사람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옵니다. 다시 즐거운 음악이 시작되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제3장에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무도회를 여는 가운데에 이반 왕자가 아름다운 공주를 만나게 됩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축복 속에서 혼인을 하게 되고 막이 내립니다.

결국 죽음의 성을 구한 것은 이반 왕자와 불새였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더욱 신통력을 발휘한 것은 불새의 깃털입니다. 이 신령스러운 깃털이 이반 왕자의 순수성과 결합하여 마침내 거대한 마왕을 물리친 것입니다.

서양에서 불새 전설은 매우 널리 그리고 오래 전부터 전해오고 있습니다. 불사조(不死鳥), 피닉스(phoenix)로도 불리며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작품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이 불새는 고대 이집트의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새입니다. 빛나는 진홍(眞紅)과 금빛 깃털을 가졌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새로, 크기는 독수리 정도라 전해집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새의 겉모습이 아닙니다.

이 새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 마지막 장면이 매우 장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새는 생명이 다할 무렵이 되면 향기 짙은 나뭇가지로 둥우리를 틀고 거기에 불을 붙여 몸을 태우며 죽는데, 그러면 거기에서 또 새로운 불사조가 탄생한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대대로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고통을 겪어야 또 다른 생명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 전설은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어야만 불멸(不滅)이나 재생(再生)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 새의 영속성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생명은 단순한 물질의 결합체가 아니라 정신의 연결이며 그 정신의 피어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며 무엇을 얻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