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무상교육’ 원점서 재검토를
벼락치기 ‘무상교육’ 원점서 재검토를
  • 승인 2018.10.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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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내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은 당초 2020년 1학년부터 시작해 2022년 전면 도입할 계획이었는데, 유 부총리는 이를 1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면 국민들에게 월 13만의 가처분 소득이 주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사전 조율된 사안”이라고 했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재원문제는 합의된 사안이 아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내년 시행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고등학교 입학금·수업료·교과서·학교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이 제도는 1개 학년에만 적용해도 연간 6천6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동시에 전학년 시행하려면 연간 2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교 무상교육에 처음 5년 동안에만 7조8천41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시행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교육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교 무상교육 실행을 위해 교육부가 발주한 정책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미 내년 예산 편성이 끝난 데다 관련 법령도 정비되지 않았다. 두 달 안에 정책수립과 예산확보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교육부 관료들조차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겠는가. 당·정·청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일로써 취임식에서 벼락치기로 터뜨릴 사안은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구상하는 해법은 지방교육 재정교부율 조정이다. 지방교육 재정교부금 비율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다. 현재 내국세 규모가 약 200조원인 만큼 교부율을 1% 올리면 약 2조원을 교육재정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교부율을 인상하려면 올해 안에 초중등교육법 및 지방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고교 무상교육이 필요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현재 저소득층 학비지원, 공무원 자녀학비보조수당, 민간기업 학자금지원 등으로 고교생상당수가 사실상 무상혜택을 받고 있다. 이래서 일각에서는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정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책성패는 신뢰와 일관성이 좌우한다. 수립과정에서 당·정·청이 치열하게 토론하더라도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잘 조율된 정책도 부작용이 생기는 판에 당·정·청 간 논의도 없는 정책은 정부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책혼선은 지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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