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공고 이사장의 아름다운 사회환원
영남공고 이사장의 아름다운 사회환원
  • 승인 2009.02.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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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영남공고 설립자가 학교 경영권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심을 밝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업을 이어 받을 자녀들이 여럿 있지만 자신의 혼을 기우려 가꾼 학교를 명문사학으로 키우고 싶은 열망에서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기업의 세습화풍조속에서 나온 일이어서 짐짓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 영남공업교육학원 강시준(88) 이사장이다. 강 이사장이 영남공업고등학교 경영권을 사회에 넘기고 자신과 가족은 머지않아 학교를 떠나겠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23년간 정성껏 키워 온 재단을 선뜻 내놓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기업인들의 사회공헌활동조차 극히 인색한 형편에 강 이사장의 사회 환원 선언은 더욱 돋보인다.

이 땅의 어느 사학재단도 흉내를 내어 보지 못한 일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강 이사장은 가족경영으로는 창학 이념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사로 재직 중인 장남(57.대학교수)을 비롯해 2남6여 8명의 자녀가 건재하고 있을 정도이고 보면 사회 환원은 너무나 뜻밖이다. 강 이사장이 자녀들도 “뜻을 따라 줄 것으로 본다.”고 말해 가족 간의 원활한 동의를 숙제로 남겨 둔 상황이긴 하다.

자녀들의 반발이 없다면 영남공고는 조만간 동창회, 이사회, 교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경영권의 구체적인 사회 환원 방법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영남공업교육재단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강 이사장의 집념으로 이룬 것이다. 육영사업에 뜻을 두고 평생 농사일을 해 번 돈으로 1986년 옛 대성교육재단을 인수해 영남공업교육학원을 설립한 것이 오늘의 영남공고가 됐다.

남구 봉덕동에서 수성구 만촌동으로 교사(校舍)를 이전해 인부들과 함께 나무 1천여 그루를 손수 구덩이를 파 심는 등 교내 구석구석에 강 이사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사회 환원의 뜻을 천명하면서 “대구 시민이 경영을 감시한다면 학교는 더 발전할 것”이라는 말에서 강 이사장의 학교발전에 대한 집념이 읽혀진다. 더욱 조만간 강 이사장 자신과 자녀들이 모두 학교에서 손을 떼게 되면 영남공업교육재단은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체제로 출범하게 된다.

강 이사장의 용단은 사학을 축재수단으로 영위하면서 세습화하고 있는데 대한 경종이나 다름없다. 지역사회는 강 이사장의 이 같은 선행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교육재단이든 기업이든 사유물로 생각하는 풍조가 사라져야 한다. 강 이사장의 사회 환원 약속이 사학과 기업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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