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대구 영남공업교육학원 강시준(88) 이사장이다. 강 이사장이 영남공업고등학교 경영권을 사회에 넘기고 자신과 가족은 머지않아 학교를 떠나겠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23년간 정성껏 키워 온 재단을 선뜻 내놓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기업인들의 사회공헌활동조차 극히 인색한 형편에 강 이사장의 사회 환원 선언은 더욱 돋보인다.
이 땅의 어느 사학재단도 흉내를 내어 보지 못한 일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강 이사장은 가족경영으로는 창학 이념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사로 재직 중인 장남(57.대학교수)을 비롯해 2남6여 8명의 자녀가 건재하고 있을 정도이고 보면 사회 환원은 너무나 뜻밖이다. 강 이사장이 자녀들도 “뜻을 따라 줄 것으로 본다.”고 말해 가족 간의 원활한 동의를 숙제로 남겨 둔 상황이긴 하다.
자녀들의 반발이 없다면 영남공고는 조만간 동창회, 이사회, 교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경영권의 구체적인 사회 환원 방법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영남공업교육재단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강 이사장의 집념으로 이룬 것이다. 육영사업에 뜻을 두고 평생 농사일을 해 번 돈으로 1986년 옛 대성교육재단을 인수해 영남공업교육학원을 설립한 것이 오늘의 영남공고가 됐다.
남구 봉덕동에서 수성구 만촌동으로 교사(校舍)를 이전해 인부들과 함께 나무 1천여 그루를 손수 구덩이를 파 심는 등 교내 구석구석에 강 이사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사회 환원의 뜻을 천명하면서 “대구 시민이 경영을 감시한다면 학교는 더 발전할 것”이라는 말에서 강 이사장의 학교발전에 대한 집념이 읽혀진다. 더욱 조만간 강 이사장 자신과 자녀들이 모두 학교에서 손을 떼게 되면 영남공업교육재단은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체제로 출범하게 된다.
강 이사장의 용단은 사학을 축재수단으로 영위하면서 세습화하고 있는데 대한 경종이나 다름없다. 지역사회는 강 이사장의 이 같은 선행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교육재단이든 기업이든 사유물로 생각하는 풍조가 사라져야 한다. 강 이사장의 사회 환원 약속이 사학과 기업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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