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괴담을 보며
쌀 괴담을 보며
  • 승인 2018.10.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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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김재수
경북대학교 초빙 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쌀값이 최근에 많이 올랐다. 전년대비 거의 35% 정도 상승하다보니 ‘ 정부가 북한에 쌀을 퍼주어서 쌀값이 올랐다’ 는 소문이 나돈다. 심지어 ‘양곡창고에서 한밤에 쌀을 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등 거의 괴담수준의 내용이 유포된다. 경제가 침체되고 일자리도 줄어드는데 쌀을 비롯한 밥상 물가가 엄청 오르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쌀값을 안정시킬 노력은 안하고 북한에 쌀 퍼주기만 하니 “이게 나라냐”고 한다.

북한에 쌀을 지원하여 쌀 값이 오른 것은 아니라는 정부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잘 믿지 않는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유포되는 비공식 자료를 더 믿는다. 필자에게도 사실 여부를 많이 물어왔다. 아닐 것이라고 답변하고 농식품부 관계자들에게 직접 확인 했다. 결론은 북한에 쌀을 지원해서 쌀 값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오른 쌀 값을 적절한 가격에 안정시켜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지난해 80킬로그램당 13만 3천원 정도이었던 산지 쌀 가격이 올해는 17만 8천원 수준이다. 34% 정도 상승하였다. 소비자 가격도 20 킬로그램당 4만 4천원 정도로 작년 동기에 3만 4천에 비해 1만원 이상 올랐다. 1년만에 30% 이상 오르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서민들이 견딜 재간이 없다. 수입쌀이 1년에 40만톤 이상 들어오고 연간 400만 톤 정도 쌀이 생산된다. 재고가 160 만톤 이어서 과잉 쌀의 처분이 골치라고 했는데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남아돈다는 그많은 쌀이 어디갔느냐’. ‘북한 석탄과 우리 쌀을 바꾸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는 괴담을 더 믿게 되어있다.

금년에 쌀 가격이 많이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작년 쌀 가격이 너무 하락하여 정부가 예년보다 엄청 많은 쌀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15만 톤 정도를 사려다가 가격 상승 효과가 없어 37만 톤을 사들였다. 거의 ‘싹쓸이 매수’를 하다보니 산지 유통 업체의 재고물량이 매우 적었다. 시장에 쌀이 부족할 정도인 것이다. 가격상승을 기대한 쌀 농가의 출하지연도 한몫했다. 생산 감소와 소비둔화, 정부의 방출 시기 지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쌀값 급등을 막기위해 3차례에 걸쳐 22만톤의 정부 양곡을 방출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농림축산 식품부 장관을 5개월 이상 공석으로 둘 정도로 농업문제를 경시한 것이다.

쌀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고민은 많다. 소비자들은 쌀 값이 너무 오른다고 아우성이다. 생산 농민들은 쌀 값이 너무 낮다고 한다. 80 킬로그램당 17만 8천원 수준의 올해 산지가격은 5년전 국회에서 정한 목표가격 18만 8천원에 아직도 미달한다. 지난해 쌀의 최저가격은 12만 7천원은 20년전 가격수준이다. 커피한잔에 6,000 원 이상 하는데 200그램 밥 한 공기값은 400원 수준이다. 4인 가족 한 달 쌀 값이 피자 한판 가격에도 미달한다고 한다. 정부 정책의 딜레마이기도하다.

쌀의 대북지원을 두고 말이 많다. 쌀과 석탄을 맞바꾸었다는 주장이 널리 확산된다. 사실 확인을 해보지도 않고 정부 발표도 믿지 않는다. 쌀의 대북 지원은 1995년부터 2010년 까지 전체 265만톤을 지원하였으며 2011년 이후 중단하였다. 쌀을 공식적으로 해외에 지원하려면 포장, 가공, 수송, 선적 등에 상당한 기간, 인력, 장비가 필요하다. 1만 톤을 보내려면 40 킬로그램 포대로 25만 개가 필요하다. 지난 3월 군산항에서 2만톤을 해외원조 하는데 60일에 걸쳐 430명 여명의 인력이 동원되었다. 운송 차량도 1800대가 투입되었다. 따라서 쌀 몇 포대를 야밤에 몰래 보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몇만톤을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 쌀의 대북지원은 근본적으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야한다. 유엔의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하여야 가능하다.

주식인 쌀이 안정적으로 생산되어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쌀 소비자들에게 적정 가격으로 공급하는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줄어드는 쌀 생산량과 늘어나는 재고량, 40만톤의 수입 쌀 관리, 군관수용, 가공용, 사료용등 다양한 쌀 수요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필요하고 많은 재원을 들여 쌀을 관리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쌀 시장에 아마추어가 설치면 ‘밥상 머리 대란’을 야기할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커녕, ‘저녁 밥도 굶은 삶’을 살아야한다. 언론의 진실보도도 중요하다. 공식 언론 보도 보다 가짜 뉴스를 더 믿는 세상이다.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언론 스스로 자초한 현상이다. 다가오는 남북 통일에 대비, 7천만 민족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쌀 정책은 중요하다. 진실한 언론 보도는 쌀 보다 더 중요하다. 쌀 괴담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정부가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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