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에 대한 단견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에 대한 단견
  • 승인 2018.10.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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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금년 들어 최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1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되고 있는 남북 화해무드에 편승하여 한동안 잠잠했던 국가보안법의 존폐문제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에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9일 “국가보안법은 오직 사망선고를 기다리는 사(死)문화된 법일 뿐, 더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종전선언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하여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일 10 · 4선언 기념행사를 위해 노무현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여당 대표가 북한에서 “평화 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하여 논란이 촉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해찬 대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 · 개정한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대립과 대결 구조에서 평화공존 구조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그에 맞는 제도나 법률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국가보안법도 그중에 하나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걸림돌이 되는 제도나 법률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해찬 대표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혹시 연말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시 일부 좌파인사들이 인공기를 들고 나와 찬양 발언을 할 경우 보수단체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을 요구하는 난처한 상황을 감안하여 미리 선수 친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발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당대표의 신분으로 발언 장소가 꼭 평양이어야만 했느냐에 대해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정부수립후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 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있는 자들은 이 법의 제정이 정부수립 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의해 소위 청산의 대상이 된 친일세력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 법과 동시에 추진하던 내란행위특별처벌법을 여순사건을 기화로 반공을 앞세워 그들을 반대하는 자를 억압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으로 명칭을 바꾼 친일세력 보호용 법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비록 국가보안법이 제정될 당시의 배경이 어떠하였던 첨예한 냉전시대에 우리국가의 안보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현대사의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친일과 종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정권은 친일정권이고 진보정권은 종북정권이라며 서로 비난하고 공격하는 서글픈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의 존폐문제도 이러한 선상에 있다. 반(反)국가단체의 활동 규제가 주목적인 이 법은, 분단과 함께 사실상 국내의 대(對)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법적인 주요 근간이 돼 왔으며, 한때는 민주화 운동 인사들을 탄압하는 데 악용되면서 끊임없이 존폐논란과 함께 정쟁의 불씨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의 거듭된 위헌논란 등으로 인해 2017년까지 13차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존폐문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무릇 모든 법은 그 법의 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국가보안법이 비록 한때는 확대해석하여 정적(政敵)들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법 제1조 제2항에 “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충실하게 따르면 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되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거론하고 하고 있는 그들의 체제보장이라는 것도 결국 김정은 정권의 영속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김정은 정권을 유지해주는 가운데에서는 우리가 희망하는 통일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결국 한반도에는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는 북한과의 관계가 평화적인 방향으로 정상화되고 난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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