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도 있고
개미도 있는
이 넓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순례길 같은 길이다
풀숲 파도너머 고운 황혼 빛은
이런 저런 발길질로 상처투성이
무딘 삶의 빛깔 이해하는
수많은 눈망울들의 세월 겪어온 웃음꽃
앞뒤 뜨락 같은 산은
함께 작은 길 하나 내줬을 뿐인데
그래도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만나지
우리 집으로 가는 길
파도 같은 지난 세월의 여백은
또다시 찰나의 시간 동안만
삶을 새겨 넣을 시간을 빌려 준다.
◇박종승= 경북 군위 출생. 2012년 아시아 문예 시 등단.
신라오릉보존회 박씨대 종회 중앙청년회 대구동구지회장.
제1회 2011 대한민국 독도 문예 대전 특별상 입상
<해설> 시간은 잔인하지만 공평하다. 꿈과 육체는 오로지 사라지고 늙어가기만이 하는 것은 아닐 터. 사라지고 낡아가면서 생에 새겨놓은 비망록[備忘錄]을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뿐.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함부로 살지 않는 것. 감사는 얽힌 것을 푸는 일. 감사 하면 버릴 것이 없다.
이렇게 저렇게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모든 것을 넓게 품어 안고 사랑 할 수 있는 잔잔한 마음이기를….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