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이라 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이라 했다
  • 승인 2018.10.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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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대구 약전골목을 외국인들이 무리지어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은 연신 하늘을 향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도 행동이 이상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외국인들이 찍는 것은 간판이었다.

나도 걸음을 잠시 멈추고 위를 쳐다보았다. 간판의 글자가 아름답다.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쓴 간판글씨가 관심을 갖고 보니 너무 신기하다. 주변에 있는 가게들의 가로로 쓴 글씨, 세로로 쓴 글씨, 외국어를 한글로 쓴 간판글씨들이 너무나 우아하다. 그들이 몰려다니면서 카메라에 담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가슴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세종장헌실록(세종 28년 9월 29일)에는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바른 소리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용례와 뜻)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는 정인지의 서문이 있다.

‘계해년 겨울’은 세종25년(1443년) 12월 30일이다. 그 때 실록에는 ‘임금이 언문 28자를 창제하여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 글자를 이루었다’는 기록이 있다.

정인지의 서문을 읽어보면 ‘훈민정음’이 1443년에 창제되었고, 1446년에 ‘훈민정음’이 반포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훈민정음에는 두 가지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세종대왕이 1443년에 만든 새 글자의 이름이 ‘훈민정음’이다. 다른 하나는 1446년에 한글을 반포하면서 예의(용례와 뜻)를 간략하게 적은 이름이 ‘훈민정음’이다. 그래서 예의(용례와 뜻)을 적은 훈민정음을 흔히들 ‘훈민정음 해례본’ 또는 ‘훈민정음 원본’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컫는 ‘한글’은 새 글자의 이름인 훈민정음(1443년 창제)을 말한다. 즉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가 훈민정음인 것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기 이전에는 중국의 한자를 들여와 사용했는데 우리말을 적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던듯하다. 그래서 삼국시대부터 향찰, 이두, 구결 등으로 우리말을 표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썼던 것이다.

정인지가 쓴 해례서에는 ‘옛날 신라 때 설총이 처음으로 이두를 만들어 조선까지도 관청과 민간에서 쓰고 있다. 그러나 모두 글자를 빌려서 쓰기 때문에 혹은 껄끄러워 거북한 데가 있고, 혹은 막히어 통하지 않아 야하고 더럽거나 터무니없는 말들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할 때마다 언어의 장벽이 나타나 뜻은 그 만분의 일도 통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세종대왕이 몸소 만든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는 ‘어리석은 백성, 즉 우민(愚民)이 말하고 싶어 하는 바가 있어도, 자기의 뜻을 글로 써서 나타내지 못할 사람이 많도다’고 하였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목적이기도 하다.

정인지가 쓴 해례서에 나타난 우민(愚民)은 ‘글을 배우는 사람은 그 취지의 깨닫기 어려움을 걱정하고, 옥사를 다스리는 사람은 곡절의 통하기 어려움을 병통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세종대왕은 오직 애민정신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음을 알 수 있다.

상형의 원리로 닿소리 다섯 글자(ㄱ,ㄴ,ㅁ,ㅅ,ㅇ)를 먼저 만들고, 강약에 따라 가획의 원리로 닿소리 글자를 만들었다. 홀소리는 하늘(·), 땅(ㅡ), 사람(ㅣ)을 기준으로, 입을 열고 닫음에 따라서 나머지 여덟 글자를 만들었다. 그것을 초성·중성·종성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훈민정음은 실로 우리말을 적기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우리 글자이다. 자주적이고 과학적이며 실용적이다. 대단하다.

영국의 언어학자 샘슨은 ‘한글은 가장 발달한 단계의 자질문자이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했다. 정보화 시대에도 디지털 원리와 잘 맞는 글자이다. 컴퓨터에서도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모두 할 수 있어 아름답고 우아한 글자를 만드는 최상의 글자임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572돌 한글날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여주에 있는 영릉을 참배 후 ‘한글, 위대한 애민정신을 마음 깊이 새긴다’고 방명록에 썼다. 그리고 ‘다사리(모든 사람이 말하게 한다)’라고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외쳤다. 국민들에게 갑자기 분위가 살아나는 ‘갑분살’의 세상이 되면 좋겠다.

올해는 세종즉위 6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은 오직 백성들을 위하여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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