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으로 재탄생한 ‘고향의 봄’ 어떨까
실내악으로 재탄생한 ‘고향의 봄’ 어떨까
  • 황인옥
  • 승인 2018.10.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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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콘서트하우스 김한기 공연
전통 음악의 세계화 목표로
민요·동요 협주곡으로 손질
자작곡으로 첫 독주회 꾸려
“순수음악-청중 가교 되고파”
김한기-바이올린독주회0

“자신이 작곡한 곡을 직접 연주하는 것이야말로 곡 해석이 가장 완벽하지 않을까요?”

작곡가이자 연주자라는 간단치 않은 이력을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이 남자는 김한기(사진).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어린아이 속살같은 부드러움이 깃들었지만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노련한 내공이 그득했다. 그가 자신이 작곡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독주회를 연다. 이무지치 6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을 위촉받아 작곡한 것을 비롯해 수많은 곡을 작곡했지만 자작곡만으로 독주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등 고전파나 낭만파 시절에는 작곡가가 자작곡을 연주하는 것은 흔했지만 현대에는 낯선 풍경이다.

“고전파나 낭만파 이후 작곡와 연주가 분화됐어요. 작곡가가 현존하지 않으니 곡 해석은 연주자의 역량에 맡겨지죠. 그러나 작곡가야말로 그 곡을 가장 잘 해석하는 존재겠지요.”

이번 공연에는 ‘새야새야 파랑새야’, ‘까치까치 설날은’, ‘밀양 아리랑’, ‘고향의 봄’, ‘구슬비’, ‘자장가변주곡’, ‘늦가을 어느날’ 등 귀에 익은 곡들로 빼곡하다. 곡들은 모두 전통민요나 동요를 기반으로 김한기 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어법으로 작곡한 실내악이나 협주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곡들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정리돼 이미 악보집으로 출간된 바 있다. 그가 악보로서의 가치가 있는 이런 작품을 ‘문헌’이라고 표현했다.

“전통민요나 동요가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지만 너무 단조로워 문헌(악보)으로서의 중량감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어요. 저는 이 점에 주목해 민요와 동요를 이론과 실제가 조화를 이루는 연주곡으로 재창조하고 싶었어요.”

사실 우리나라 연주자들의 실력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머지않아 서양음악의 연주부문을 연구하려면 오히려 한국으로 와야 될 것 같을 정도로 그들의 활약은 눈이 부신다. 작곡가 김한기의 창작의욕을 부추긴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세계적인 연주자를 양성하는 나라의 문헌적 중량감이 초라하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문헌으로 표준을 만드는 일은 개인으로서는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는 의미있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더 큰 의미는 우리의 동요나 민요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전통 민요나 동요를 기반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창작곡이다. 민요나 동요를 실내악이나 협주곡 형식으로 재창조한다. 그는 우리 곡을 재창작하는데 있어 서양과 동양적인 어법을 혼합한다. 문헌이 가지는 분석학적인 요소에 집중하지만 원곡에 심어놓은 우리 정서는 오롯이 살려내고 우리의 화음이나 화성을 요소요소에 배치한다. 이 때문에 그의 악보에는 ‘표정있게’, ‘아름답게’ 등의 이태리어 국제표준어와 함께 ‘연못에 비친 달님’, ‘연인들의 설레는 마음’, ‘고향의 뒷동산’ 등의 우리나라식 표기가 추가돼 있다. 그는 현재 미국 동요를 기반으로 한 작곡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전통 민요나 동요를 음악회용으로 새롭게 재창작하면 음악적 정서가 넘치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전통 민요나 동요의 세계화라는 그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실내악단인 이무지치가 2013년 방한 연주회 때 ‘한국의 사계’라는 이름으로 김한기 작품을 레코딩 했고, 2010년에는 그들의 신년음악회를 위해, 2012년에는 창단60주년 기념하는 작품을 그에게 위촉한 바 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어머니가 곡을 위촉하기도 했다. 장영주의 어머니는 작곡 전공자다. 세계적인 연주단이 그에게 곡을 위촉하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에게는 작곡과 연주를 겸한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여서 현악기의 특성을 최적화하는 곡을 쓰려고 노력해요. 악기별로 대등한 관계로 연주하며 하모니를 이루는 곡이죠.”

그가 ‘징검다리’를 언급했다. 귀에 익은 전통민요나 동요를 재창작하는 이유로 언급한 단어였다. 말인즉슨 청중과 순수음악과의 거리 좁히기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 “귀에 익은 음악은 청중들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이 몰입도는 일반인들이 순수음악에 접근하는데 보다 유리할 수 있어요.”

그가 재차 ‘징검다리’를 들고 나왔다. 자칭 ‘대구형’에 대한 나름의 논리였다. ‘대구형’은 ‘A형’, ‘B형’ 등의 혈액형을 빗댄 것이었다. “서울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곤 합니다. 이는 서울사람들의 교만의 표현이죠. 대구와 경북은 신라삼국통일의 근원지로서의 저력이 있는 지역입니다. 저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지역의 자존심을 음악으로 키우고 싶어요. 바로 자랑스러운 ‘대구형’을 만들자는 것이죠.”

19일 오후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전석초대. 010-3815-4278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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