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블루…드리머가 바라본 예쁜 색채의 쓰레기
핑크·블루…드리머가 바라본 예쁜 색채의 쓰레기
  • 황인옥
  • 승인 2018.10.15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52 갤러리카페서 사진작가 정민영 ‘드리머 2-나의 돈키호테’展
2
정민영 전시작.
 
1
정민영 전시작.

 

 

  
정민영작가
정민영작가

젊은 환경활동가 부부
해양쓰레기 심각성 환기
세상 바꿀 작은 활동 실천
몽상가적 삶의 부분 포착

남자와 여자가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진을 기준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나 그 잔해들을 배열해 촬영한 몇 장의 사진이 정면과 측면에 걸렸다. 작가 정민영이 어딘가에서 주운 쓰레기들을 설정해 촬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한 환기적인 작품임이 짐작됐다. 하지만 작가 정민영이 전시의 주제가 ‘드리머(DREAMER·꿈꾸는 사람)’라고 했다. 기자의 유추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는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는 쓰레기와 동일한 무게로 환경활동가로서의 남자와 여자를 다룬다. 사진 속 남녀는 해양쓰레기에 관심이 많은 강릉에 사는 부부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변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하고 있는 부부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드리머죠. 저는 드리머의 근원에 접근하며 또 한명의 드리머로서의 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사진작가 정민영은 개념미술을 추구한다. 사진의 형식보다 작품 탄생 과정과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춘다. 분명한 서사를 두고 작가의 설정과 조정이 개입된 사진을 통해 주제를 풀어간다. 이번 전시 제목은 ‘DREAMER 두 번째 이야기, 나의 돈키호테’. 몽상가 돈키호테를 환경활동가 부부에 이입하며 세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드리머의 특징을 포착해 드러낸다. 이를 통해 드리머의 본질에 접근한다.

정민영은 돈키호테를 콘셉트로 한 젊은 부부(드리머)를 “주어진 운명에 따르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일에 대가나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정의했다.

드리머를 주제로 첫 전시를 가졌다. ‘드리머 첫 번째 이야기, 데미안 싱클레어’전이었다. 데미안 싱클레어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의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를 지칭했다. 이 전시에서는 낯선 세계와 마주치면서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는 드리머로서의 싱클레어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는 젊은 부부(드리머)를 돈키호테의 삶으로 이끈 요인에 드리머와 같은 무게로 다뤘다.

“젊은부부의 작은 활동들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의문이 들지만 분명 세상을 바꾸는 밀알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이번 전시에는 젊은 부부를 드리머로 이끈 해양쓰레기에도 집중해 봤어요. 드리머의 근원이 향하는 지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해 보고 싶었죠.”

쓰레기는 더럽고 흉물스럽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깼다. 분홍이나 파란 배경 위에 설정된 쓰레기 사진들이 회화스럽고 예쁘기까지 했다. 색채와 구성에서 아름다움마저 스며있다. 이는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한 일종의 트릭(TRICK)이다.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를 구현하는데 회화적인 요소가 도움이 됩니다. 은유와 강약조절이 직접적인 언급보다 힘을 발휘하니까요. 그리고 흉물스러운 것보다 예쁜 사진이 일반인들이 다가오기 더 쉽잖아요.”

개념 말고 형식에 집중한 작품도 눈에 뛴다. 작품 ‘데 스틸’이다. 촬영했던 사진들을 레이어처럼 겹쳐놓은 아크릴 작품이다. 그녀는 자신이 찍은 사진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이러한 귀결은 촬영 당시 내면의 울림이 사진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논리로부터 출발한다.

작가가 “일종의 자화상이자 작가 자신의 근원을 찾기 위한 작품”이라고 했다. “나 역시 드리머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만 저를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봐요. 나의 근원을 본다는 것은 자유로워지기 위한 첫걸음이니까 소홀할 수 없죠.”

+852 갤러리카페(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282) 개관전으로 열리는 전시는 21일까지. 010-5858-8553

황인옥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