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엔 창창한 태양 앞이 좋았지
나 어릴 적엔 흰 눈 내리는 겨울이 좋았지
나 어릴 적엔 국물 뽀얀 우동이 좋았지
인생의 쓴 맛을 알면서
시커먼 짜장면도 좋았고
뜨거운 여름날의 의미도 알았지
축축한 비 오는 날도 사랑하게 되었지
살은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지는 날
굵게 패인 주름살 속 깊은 눈동자를 보았고
빛나는 주인공이 아닌
충실한 조연의 감동을 알았지
조용히 기도하며
주어진 날을 살리니
버리고 떠나도 미련 남지 않도록
오늘을 살 수 있는 열정만 남길 것
◇강은주= 1963년 경북 안동 출생. 책사랑전국주부 수필공모전 대상. 대구 장기동 작은도서관 회장역임. 현 대구한국일보 기획홍보부장
<해설> 그 때는 그 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여태 살아오는 동안 변화가 있었다면 이미지가 더 실제적이고 온전하게 다듬어진 것. 세상은 여전히 나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고있다고 느꼈지만, 그 속에서 나의 강점과 장점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확신하건대, 내가 세상을 향해 가지게 된 새로운 이미지는 현실에 좀 더 가까운 것이었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 때는 그 때의 아름다움을 몰랐을 뿐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그 때는 절정이리라.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