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신라, 내달 9일까지 서용선 ‘도시를 향한 현상학적 시선’展
갤러리신라, 내달 9일까지 서용선 ‘도시를 향한 현상학적 시선’展
  • 황인옥
  • 승인 2018.10.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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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객 얼굴로 읽는 시대상
“교통수단에 사회구조 함축”
세계 도시풍경 화폭에 재현
강렬한 색채와 굵은 선 특징
사회·감정적 단절 느껴지는
연출 사진과 자화상도 선봬
도시집중 현상은 시대적 현상이다. 20세기에 시작되어 21세기에 절정을 달린다. 작가 서용선(사진)은 현대 문명의 총체로서의 도시에 주목한다. 그에게 도시는 권력, 과학, 욕망, 사회척도 등의 최신 트렌드가 구현되는 공간이자 에너지가 응집되고 발산되는 구심점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의 수도권에 집중현상은 작가의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가 처한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은 도시다. 지금 이 시대가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도시에는 현대문명이 오롯이 녹아있다.”

최근 시작한 갤러리신라 전시 제목은 ‘도시를 향한 현상학적 시선’. 2015년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유토피즘과 그 현실 사이’전 이후 3년 만에 꾸리는 도시를 주제로 한 전시이자 지난해 봉산문화회관 초대전 이후 대구에서의 2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도시 외에도 우리 역사나 설화 등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는 미국 뉴욕 인근의 알렉산드리아에서 3개월 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난 풍경과 미국 뉴욕, 부산 해운대, 프랑스 파리의 도시 풍경 30여점을 걸었다.

서용선_멜본 Swanson St 3-
서용선 작 ‘멜본’.

도시 풍경 중에서 작가의 내면을 건드리는 공간은 지하철, 버스 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익명의 사람들이 포착된다. 카페에서 신문을 보거나 담소하는 사람들, 거리에서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화폭에 재현된다. “교통수단이야말로 그 시대의 표상이라고 생각해 이미지화 했다. 그 속에는 권력관계, 과학, 제도 등의 사회구조가 함축돼 있다.”

대중교통이나 카페에서 만나는 익명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들은 이지적인 굵은 직선과 곡선, 그리고 강렬한 색채로 연결된다. 무미건조한 인연들에 색채와 선으로 감정을 입히는 것. 이 선들과 색채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는 서용선 회화의 특징이다. 사실 긴장과 슬픔이라는 감정상태는 다분히 의도된 결과다. 작가는 도시를 매개로 ‘인간’을 통찰한다. 그가 바라보는 인간의 본질은 ‘행복’ 보다 슬픔에 있다. 여기에는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론이 개입해 있다. 그러니 슬플 수 밖에.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음으로 향한다. 죽음은 비극적인 운명이지만 우리는 이 비극에 대범하게 훈련될 필요가 있다. 나는 작가로서 죽음을 예술적 표현으로 반추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

그의 작품이 변했다. 원색 일색에서 무채색 계열로 변화했다. 그가 색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교문화로부터 잉태된 색채에 대한 억압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흑백 시대는 그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서용선은 작가로써 이 억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화려한 색채로 저항했다. 화가로써의 의무감이었다. 하지만 칼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무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색에 덧씌워진 관념적 억압이 사라졌다는 인식이 들면서 화려한 색에 대한 갈망이 줄었다. 갈망이 사라지니 색에서 자유로워졌다.”

서용선직립-연출
서용선 작 ‘직립 연출사진’.

예사롭지 않은 사진 작품도 몇 작품 걸렸다. 4점의 연작 ‘직립 연출 사진’과 1점의 자화상이다. ‘직립 연출 사진’은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사람들을 일정 거리를 두고 직립해 찍은 사진이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감정의 부재가 도드라진다. 사회학적 단절이다. 작가가 “개념미술”이라고 했다.

“설정이지만 의미는 두지 않고 찍었다. 그러나 오래 볼수록 사진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됐다. 모델이 된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의 확장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전시는 내달 9일까지. 053-422-1628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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