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페라 7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개막한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로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은 19일과 20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1948년 명동 시공관(현재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한국 최초로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당시 공연명 <춘희>)’는 대한민국 오페라 역사에 있어 깊은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당시 10회라는 다소 많은 공연 횟수에도 불구하고 모두 매진을 기록할 만큼 큰 화제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향락과 유흥에 젖어 살던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에게 갑작스럽게 찾아 온 진정한 사랑과 연인을 위한 자기희생을 담고 있는 비극 ‘라 트라비아타’는 ‘축배의 노래’, ‘언제나 자유롭게’ 등 유명 아리아들이 수록되어 있어 오페라 초보자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오페라를 이끄는 3개국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을 대표하는 천재 지휘자 리 신차오(Li Xincao)와 일본출신의 인기 연출가 히로키 이하라(Hiroki Ihara)가 함께한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브장송 지휘콩쿠르에서 입상한 지휘자 리 신차오는 23세라는 이른 나이에 중국 국립오페라·발레단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바 있으며,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 오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했다. 2009년에서 2015년까지 부산시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역임해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매 공연을 암보(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하는 것)로 지휘하는 그는 오페라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연주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매 연주마다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공연 ‘투란도트’, ‘나비부인’ 등에서 특유의 섬세하고도 극적인 연출을 선보인 히로키 이하라의 이번 작품 해석도 역시 기대를 모은다.
최고의 공연을 지향하는 만큼 대한민국 대표 명품 보이스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비올레타’ 역은 국내외 유명 극장의 오페라와 방송 등 폭넓은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윤경과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성악가상을 수상한 소프라노 이윤정이 맡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유명 콩쿠르를 섭렵한 테너 김동녘과 대구오페라하우스 데뷔 무대를 가져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테너 이상준이 비올레타의 연인 ‘알프레도’역을, ‘제르몽’역은 뮌헨 ARD콩쿠르에서 최초로 1위를 차지한 바리톤 김동섭과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성악가상을 수상한 바리톤 김만수가 맡았다. 053-666-6000 황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