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오는 봄
높다란 굴뚝에 안긴다
문 씨 집성촌 산발한 연기가
하늘로 뭉게뭉게 올라간다
깃털 물어 나르는
박새 한 쌍 분주하다
검은 눈동자 반짝이며
좌우로 눈 돌리는 고개
눈 마주친 청설모
물오른 버드나무에 올라
개울의 그림자를
촘촘히 빗겨준다
◇오상직 = 경북 의성 출생. 아시아문예 등단. 형상시문학 이사로 활동. 공저 <허공을 얻다> 외 다수
<해설> 테레사 수녀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기에 만들어진 인연도 세월 따라 흘러간다. 아주 짧고 낯설게 가 버리는 세월이지만,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받았던, 내줬던 마음, 내가 품었던, 애썼던 꿈과 노력이 우리가 사는 의미의 형상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발자국에는 어떤 마음이 스며들고 있을까. 바람처럼 왔다가 지는 꽃잎과 같이 외로운 길 떠나는 나그네가 되어, 진정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와 더불어 세상과 이별할 줄 아는 지혜도 깨닫게 되길….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