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경기 응원에 부끄러운 야유 함성
친선경기 응원에 부끄러운 야유 함성
  • 승인 2018.10.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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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축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아니,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으며, 규칙을 몰라도 관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난 금요일 저녁,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중계방송을 편안하게 집에서 시청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국제축구연맹(FIFA) 55위)의 세 번째 평가전으로, 상대팀은 국제축구연맹 5위인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우리 대표팀이 일곱 차례 만나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상대라고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밀리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준 것은 뿌듯한 일이었다. 결과는 2대 1, 여덟 번 만의 첫 승리였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축구에 대한 열기가 되살아난 해다. 러시아 월드컵 경기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축구경기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비록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세계 최강의 독일을 2대 0으로 이긴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고, 익숙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월 파울루 벤투(Paulo Jorge Gomes Bento, 포르투갈)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달 처음 소집된 대표팀은 코스타리카와 칠레에 이어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까지 무패라는 좋은 성적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10월 16일 파나마, 11월에는 호주와의 원정경기도 예정되어 있다.

친선(親善)이란, 말 그대로 ‘서로 간에 친밀하여 사이가 좋은 것’을 말한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친선경기를 통해 우리의 장점을 살리고 그 위에 벤투 감독의 색깔을 입히겠다고 한다. 그런 만큼 친선경기의 상대는 우리가 필요에 의해 초청한 귀한 손님에 다름없다.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술을 확인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기대에 걸맞게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만원으로 꽉 들어찼다. 그 많은 관중들 중 우루과이를 응원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물론 정신력이 강한 선수들은 그 정도 각오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초청해 우리의 안방에서 경기를 치르는 상대 선수들에게 응원은 못할망정 이유 없는 야유를 보내는 것은 크게 부끄러운 일이다.

11명의 선수가 뛰는 축구경기에서, 응원을 12번째 선수라고도 한다. 그만큼 응원도 정정당당한 예의를 지켜야하는 것이다. 상대팀이 공격을 시도하거나 코너킥 장면 등 신중을 기해야하는 순간에 ‘우우~~’ 야유의 함성이 연이어 터져 나온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위기의 순간도 아니었고, 상대 선수가 고의로 반칙을 한 것도 아니었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경기 초반부터 들리기 시작했던 야유의 소리는 참으로 듣기에 거북했다.

결과적으로 승리로 끝났으니,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후반 20분경 손흥민 선수의 실축으로 끝날 뻔했던 페널티킥이 황의조 선수의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 생각만으로도 수많은 악플러들의 송곳 같은 댓글과 눈물 많은 손 선수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결과만을 두고 하늘 높이 추켜세우거나, 죽을힘을 다해 뛴 선수들에게 위로는커녕 쓴 소리만 쏟아내는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야유에 대한 반성의 기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끼리 경기를 하는 동네축구나 K리그에서도 상대팀을 야유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더구나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는 더더욱 보여서는 안 되는 매우 불손한 행위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과 바꿔놓고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우리가 만약 다른 나라의 초청으로 친선경기 상대가 되었을 때, 그 나라의 국민들이 우리 선수들에게 처음부터 야유의 함성으로 일관한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 쓴 맛을 느낀 우루과이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게 될지, 들어보지 않고도 충분히 짐작이 갈 일이다.

경기가 끝나고, 한때 사제지간이었다는 양 팀 감독이 포옹으로 인사를 하는 장면은 참 보기가 좋았다. 결과를 인정한다는 긍정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높고 맑은 가을하늘처럼, 우리의 응원 문화도 그렇게 신선하고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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