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효과
플라시보 효과
  • 승인 2018.10.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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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필자는 군대를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22살에 들어갔다. 따뜻한 봄이면 좋았을 것을 추운 2월에 논산 훈련소에 입대를 했다. 그때 감기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평상시 기관지 쪽이 안 좋아서 찬바람을 좀 많이 맞은 날은 어김없이 다음날은 바로 목이 칼칼하고 연이어 감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몸 쓰는 일이 많은 훈련소 시절, 목감기에 걸려버린 것이다.

감기가 시작되고 코에는 콧물이, 목에는 가래가 가득했다. 기침을 얼마나 심하게 했던지 밤에 기침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한 며칠을 더 견디다가 도저히 안 되어 의무실을 찾았다. 군의관인지, 아니면 의무병인지 모르겠지만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남자가 감기에 걸린 나에게 건넨 하얀 알약 몇 개. 며칠 동안 몸이 아파 고생한 탓에 약을 받자마자 바로 약을 복용했다. 몇 시간이 지나니 몸이 따뜻해지고 콧물도 줄어들었다. 진작 약을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같이 내무반 생활을 하는 다른 훈련병도 내가 감기가 나아가는 걸 보고, 몇 명이 더 약을 타러 갔고 그중 배가 아픈 친구, 무릎이 아픈 친구도 몇 명 의무실에서 약을 타 왔다. 약을 먹고 나는 감기가 나았고, 누구는 배가 덜 아프고, 누구는 무릎이 덜 아프다고 하였다. 역시 현대 의학이 좋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감기에 걸린 내가 받은 알약과 배가 아픈 동료가 받은 알약이 비슷했다. 자세히 확인해 보니 알약에 새겨진 알파벳 글자도 같았다. 같은 약이었다.

심리학에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말이 있다. 위약(가짜약) 효과라고도 불리는 플라시보 효과는 몸이 아픈 환자에게 효과가 없는 약인데도 이 약이 정말 좋은 약이라고 말하면 그 약을 먹는 환자가 진짜 그 말을 믿고 복용했을 때 실제로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걸 말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25%의 환자들이 병세가 호전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플라시보(placebo)는 ‘내가 기쁘게 해 주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특히 정신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이나 만성질환에서 효과가 크다고 한다.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노시보 효과(Nocebo)다. 이것은 ‘의사의 말이 환자에게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대를 유발하여 아무런 의학적 이유 없이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현상’을 말한다. 노시보 효과 역시 플라시보 효과와 함께 실험에서는 25%의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 약이 귀했던 시절에는 배가 아플 때마다 엄마가 아픈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엄마 손은 약손, 순호 배는 똥배” 무슨 주문과 같은 말을 반복하며 아픈 아들의 배를 쓰다듬어 주셨다. 조금은 까칠하지만 따뜻한 엄마의 손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픈 배가 나았다. 그게 바로 대표적 플라시보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그중 마음(정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친다. 암에 걸린 사람이 암이란 질병 자체보다는 암이 가지고 있는 고통과 죽음이라는 절망감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고 한다.

날씨도 차고 이래저래 힘든 일이 많다.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플라시보의 태도를 가져야겠다. 힘들지만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을 믿고, 우리를 믿고 우리의 운명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김연자씨의 노래 중 ‘아모르파티’라는 노래가 있다. 아모르파티(Amor Fati)라는 말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라는 뜻이다. 참 멋진 말이지 않은가.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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