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다큐멘터리의 힘
[문화칼럼] 다큐멘터리의 힘
  • 승인 2018.10.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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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수성아트피아관장)
때로는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에 빛나는 영화보다 내레이션 하나 없는 다큐멘터리 작품이 우리에게 더 감명 깊게 다가 올 수도 있다. 이것은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주기도 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Ryuichi Sakamoto: Coda).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장엄하고 아름답지만 혹독한 추위의 대자연을 비출 때,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던 그 음악. 그리고 우리영화 ‘남한산성’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운드가 영화를 감싸고 있었음을 기억 하시는지, 바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다. 그는 ‘마지막 황제’의 사운드트랙 작업으로 아카데미, 골든 그래미 등을 석권한 일본의 세계적 작곡가다.

이 영화는 2012년부터 5년간 거장의 작업을 다루었다. 사회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동하는 예술가 류이치 사카모토. 스티븐 쉬블(Stephen Schible) 감독은 이런 성향의 사카모토를 통해 그의 활동이 자신의 예술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관찰하고 담고자 했다. 촬영 초기 암 판정을 받은 사카모토, 인생의 위기에서 이를 극복해가며 작업을 계속하는 모습을 묵묵히 담아낸다.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는 작곡자는 백지상태에서 자연과 삶 속의 소리를 찾아낸다. .쓰나미에 잠겼던 피아노를 찾아내 ‘자연으로 되돌아간 소리’라며 이것으로 연주까지 한다. 영화 제목 ‘코다’는 꼬리를 뜻하는 말이다. 코다는 음악에서 종결의 의미와 더불어 주제를 강조하는 기능도 있다. 암을 극복하고 구도자의 면모를 보이는 사카모토를 다룬 영화 제목으로 적절하고 의미심장하다.

‘파리 오페라’(The Paris Opera).

많은 공연장에서 백 스테이지 투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무대 뒤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관객과 극장, 혹은 작품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함이다. 장 스테판 브롱(Jean-Stephane Bron)감독의 영화 파리 오페라는 이러한 무대 뒤의 단순한 모습뿐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예술혼을 담았다. 파리 국립 오페라는 유서 깊은 ‘오페라 가르니에’(Garnier)극장과 바스티유(Bastille)오페라극장, 두 극장을 아우르고 있다. 이 영화는 1989년에 지어진 현대식 극장인 바스티유에서 벌어지는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의 치열한 작업 과정을 주로 다룬다.

이 영화는 오페라 제작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문제, 재정 조달 그리고 발레단 감독과의 갈등 등 극장 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의 조정과 해결 방안 도출 과정을 담아낸다. 쇤베르크의 오페라 ‘모세와 아론’의 완벽한 공연을 위한 지휘자와 출연진, 제작진과의 열띤 작업 현장을 그리고 있다.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한 극장장 및 관계자들의 고민과 젊은 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노력이 아름답다. 1700여명에 달하는 출연진과 스태프가 궁극의 예술로 가기 위한 과정전체가 극장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만큼이나 아름답고 조화롭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박제된 예술이 아니라 존재의 의의가 분명한 예술로 자리매김 하기 위한 그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Ex Libris: The New York public library)

‘모두를 위한, 모두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The Guardian- 이 영화에 대한 많은 매체의 표현 중 가장 알맞은 표현은 이것이라고 본다. 다큐멘터리 거장 프데드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감독은 123년의 역사, 92개 분관을 12주간 담아냈다. 런닝 타임 206분 동안 일체의 내레이션, 인터뷰 없이 조용하게 모노톤으로 도서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지식의 창고’를 넘어, 도시를 하나로 묶는 도시공동체 중심으로서의 도서관을 보여준다. 명사들의 특강 장면도 격식을 파괴하고 이웃끼리 편하게 모인 채 진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민을 위한 도서관 운영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과 열린 토론과정을 잘 담아낸다. 영화 상영 3시간 반 동안 내내 드는 생각은 드라마틱하지 않은 수많은 영상들을 어떻게 편집 했을까, 우선순위를 저렇게 정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였다. 긴 시간을 관통하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 이것을 구현하고자 하는 진정성이었다. 결국 이것을 담담히 보여주고자 함이었다.

우리의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을 다해 일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을 비추는 낮고 담백한 시선과 목소리가 아름다운 몇몇 영화에 대한 단상(斷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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