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자립 지원 호응
육아·자녀 교육방법 공유도
“나는 당당한 워킹맘입니다.”
경북 경주에 사는 1급 청각장애인 박모(여·40)씨는 만성질환을 앓는 남편과 함께 두 자녀를 키우며 산다. 병원비와 생활비가 부족해 삶은 늘 팍팍하다.
최근 박씨는 자녀들의 어린이집 교사에게 걱정스런 말을 들었다.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말이 늦은 편이니 책을 많이 읽어주세요”라는 당부였다.
박씨는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 몸으로 아이를 낳는 건 욕심이야”라는 부모님의 말이 떠올랐다. 한글이 서툴러 책을 읽는 것은 물론 인터넷 검색조차 잘 할 수 없었던 탓이다.
박씨의 어릴 적 꿈은 ‘엄마’였다. 그는 아이들과 자신의 꿈을 위해 용기를 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로 했다.
박씨는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경북여성장애인복지관이 실시하는 도내 여성 장애인 역량강화 프로그램 ‘자신만맘(Mom)’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비슷한 상황의 청각장애인 엄마들을 만나 육아에 대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었다. 다른 엄마들에게 건청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좋은 사운드북을 빌려 자녀들에게 책을 들려주기도 했다.
박씨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워킹맘으로 살고 싶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박씨는 과제와 필기 시험, 실습 등 과정을 밟은 끝에 지난 7월 정리수납전문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항상 남에게 도움만 받던 박씨는 청각장애가 있는 노인의 집을 방문해 정리수납 봉사활동도 했다. 남을 돕는 일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현재 박씨는 워킹맘으로 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 살림교육 강사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기다린다.
박씨는 “자신만맘 프로그램을 통해 내 아이와 남편에게 엄마, 아내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며 “자격증을 따고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이제는 아이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모금회와 복지관은 읍면동주민센터 및 장애인단체와 연계해 도내 여성 장애인 42명을 발굴,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에서 31명의 참가자가 정리수납전문가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