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꽃나무
  • 승인 2018.10.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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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뜨락 화분에 꽃을 심는다

서른 해의 손가락에서 피어나는 봄의 이야기들

아직도 귓불에선 마알간 복숭아 냄새가 난다



나는 어느 때는 씨였다

내가 쑥쑥 자라 꽃이 되었다

한껏 마음 세운 입술이 복숭아꽃처럼 동그랗게 빗고

꽃씨를 가슴에 안은 봄을

만나 다독이는 복사빛 떡잎 서너



저 대륙의 미세먼지를 견디며

지구 저 끝에서 저 모퉁이를 견디며

씨에서 잎으로 꽃으로 줄기로 가지로 바꾸고

나이테 키우며 쑥쑥 하늘 올라 키의 눈금들이

햇볕으로 가는 계단 밟아가며

꽃을 숨긴 자기 화분을 안고

생의 계단을 위태롭게 하나둘 밟아 올라

생명을 피우려는 그 봄날의 꽃

저다지 온몸으로 뒤뚱이며

바람에 휘청



넘어진 살과 피 그리고 멍이 너의 꽃이고 잎이었구나.

봄의 계단에

잠시 디디고 선 게 뿌리였구나.


◇제왕국 = 1953년 경남통영출생. 통영문인협회·수향수필문학회장 역임. 낙동강문학 기획홍보이사. 대구신문 名詩작품상 수상



<해설> 생각이 우주다. 꽃이 우주다. 뿌리가 우주다. 이 우주가 봄이면 어떻고, 여름이면 어떻고 그리고 미세먼지가 뭔 큰 대수일까.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매번 힘들고 지겹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특혜의 감사함으로 삶의 지혜권역을 끓임 없이 넓혀가는 세월의 유영에 취해본다. 복사꽃이 피는 날 아직 너와 내가 살아 있으므로….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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